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나는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by 김지훈

이름은 사전적 의미로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 사람의 성 아래에 붙여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부르는 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이름이란 사람의 성 아래에 붙여 다른 사람과 나를 구별하기 위하여 나에게 붙여서 부르는 고유의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이름은 나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고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하나뿐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사람이나 사물을 고유의 이름만으로 부르는 것은 아니다. 야, 너, 당신, 이것, 저것 등의 호칭을 사용하여 사람이나 사물을 부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호칭만을 사용해 대상을 지칭하여 부르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호칭만을 사용해서 부르는 것은 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별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사물보다는 사람의 이름을 더 신경 써서 부르는데,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더욱 신경 쓴다. 누군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도 그 사람의 이름을 가장 먼저 물어보고 기억하려 하며 최대한 이름으로 부르려고 노력한다.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준다고 해서 처음 본 상대방과 무조건적으로 친해지거나 좋은 인상으로 남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당신을 존중하고 있고 나는 당신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고 싶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전달할 수 있다.


내가 이름을 부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누군가의 기억에 '야', '너', '걔'로 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방을 떠올릴 때 대개 그 사람의 이름 또는 생김새를 떠올리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애매하게 기억되고 싶지 않다. 애매하게 기억될 거라면 아예 처음부터 애매하게 기억되는 것이 낫고 그렇지 않다면 언제 떠올려도 바로 떠올릴 수 있도록 확실하게 기억되는 것이 낫다. 애매하게 기억되다 잊혀지는 것만큼 슬픈 건 또 없는 것 같다.


어릴 적 읽었던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 한 편을 통해 깨달은 '내가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을 알 수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감미로운 노래와 함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읽어 나간 그 시 한 편은 지금도 잊히지 않고 나의 기억 속에, 그리고 나의 말과 행동 곳곳에 녹아들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꽃 (김춘수) -



이 시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냐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이 시를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그 사람을 알게 되고, 나아가 그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이름은 나 혼자만이 부르는 것이 아닌 내가 이름을 불러준 상대방도 나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고 아끼며 사랑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너의 이름을 아는 나는, 나의 이름을 아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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