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게 아니라, 다했을 뿐
핸드폰을 바꾸기로 마음먹고,
오랫동안 함께했던 케이스를 벗겨냈다.
여기저기 수없이 찍히고,
프린트가 벗겨진 케이스와 달리
핸드폰은 놀랍도록 멀쩡했다.
손에 쥔 핸드폰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망가져서 버리는 게 아니라,
그냥 버릴 때가 된 것뿐이라는 걸.
사람과의 이별도 그런 것 같다.
옹이처럼
천천히 스며들어
끝내는 비워내야 하는 관계.
옹이구멍이 생기고 나서야
우리는 알게 된다.
그 마음이 다했다는 걸.
사람이 싫어서 인적 드문 길로만 걷다가 결국 사람에게 물어 물어 목적지에 도착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