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J vs 파워 P> 과연 승자는?

동생과의 외출, 오늘도 멘털 털림

by 후니언니



다섯 살 터울 동생과의 외출은 늘 천불이 난다.

뭐든 빨리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와 달리

늘쩡하게 준비하는 동생을 보면

없던 화병이 생기고,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만약 약속 시간이 1시라면

나는 이미 12시에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고,

동생은 1시 땡! 하면 그제야 양말을 찾기 시작한다.

양말 신고, 가방 들고, 신발 신고

겨우 겨우 현관을 나서면


"아, 맞다! 이어폰!"

"아, 맞다! 충전기!"

"아, 맞다! 모자!"


이쯤 되면 물건을 깜빡하는 것까지가

준비 과정의 일부인가 싶다.

동생이 끼어드는 순간 모든 건 엉망진창,

평화롭던 내 하루는 기다림의 연속이 된다.


덤벙덤벙 나무늘보 시간개념제로 지각쟁이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어느 날.

고심했던 등산 일정은 완전히 꼬였고,

전날 과식의 결과로 장까지 꼬여버렸다.

계획이 틀어지는 걸 도로 싫어하는 파워 J인 나는,

계획을 개똥? 쯤으로 생각하는 파워 P 동생을 끌고

우중 등산이라도 할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하늘이 도운 건지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거짓말처럼 비가 멈췄고,

조금만 서두르면 얼추 비를 피해

하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중충하던 기분에 먹구름이 걷히려던 그 순간!!


배가 부글부글-


'비를 맞지 않는 등산'을 위해 화장실은 사치였다.


"화장실 갈 거야?"

"당연히 들렀다가 가야지."

"핸드폰 보지 말고 빨리 나와."

"알았어."

"진짜 늦으면 안 되니까 꾸물대지 말고 빨리빨리 나와."

"아, 알겠다고."


화장실에 들어가는 동생에게

무조건 빨리빨리 나오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지만


5분,

10분,

15분.....


결국 20분이 지났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 무려 20분 만에 화장실 문이 열렸고, 동생은 세상에서 가장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위에 화장실 진짜 없어.
완벽하게 해결하고 나온 거야?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 있는 20분 동안 동생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20년 같은 20분을 아무런 독촉 없이 기다릴 수 있었을까? 나 같으면 분명 "도대체 왜 안 나와?"로 시작해서 결국 "나 먼저 간다."로 끝났을 것이다. 그리고 하루를 통째로 망쳤겠지.


어쩌면 매번 묵묵히 기다려준 건,

내가 아니라 동생이었던 것 같다.





오늘도 배운다.

내가 얼마나 오만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인지,

그리고 그 느긋한 녀석이 얼마나 보살이었는지.


셀 수 없이 많은 독촉과 핍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복수의 마음을 품지 않았다는 것이 무척이나 존경스럽다.


동생 등산 바람막이 하나 결재했다.

(꽤나 비싼 자기 성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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