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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nugeun Nov 19. 2019

차 본 시계 - TIMEX T2N699

6년째 차고 있는 첫 번째 타이멕스

검정 다이얼에 하얀 인덱스, 검정 케이스, 노란 바늘들, 검정 코듀라 줄이 만나 스포츠 시계 이미지가 완성됐다.


간단 스펙.

모델명         : TIMEX T2N699

다이얼 크기    : 용두 포함 46mm, 용두 제외 43mm

러그 투 러그    : 50.5mm

러그              : 20mm

두께              : 12mm

방수              : 100m

무브먼트       : TIMEX Intelligent Quartz

글라스          : 미네랄글라스

기능              : 시분초, 날짜, 플라이백 레트로 그레이드 크로노그래프, 세컨드 타임 존, 인디 글로 나이트 라이트


스탑 워치라고 많이 부르는 크로노 그래프 기능과 두 개의 시간을 한 번에 표시할 수 있는 세컨드 타임 존 기능이 탑재된 시계다. 보통 크로노 그래프 기능을 탑재한 시계는 시간 측정용 인덱스와 바늘이 다이얼에 추가하는데 이때 시간 측정용 바늘의 색을 시간 표시용 바늘과 다른 색을 사용해서 사용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만든다. 이 시계에선 노란색 바늘 3개가 크로노 그래프 작동 시 사용되는 바늘이다. 


시계 다이얼 중심과 연결된 가장 긴 노란 바늘이 크로노 그래프 초 바늘이다. 큰 원을 그리며 경과된 초를 표시해준다. 분 기록은 오른쪽 하단 minutes 글자 표기된 반원 모양에 표시된다. 이처럼 원이 아니라 반원이나 부채꼴 모양으로 표시하는 형태를 '레트로 그레이드 형태'라고 한다. 이런 형태에선 마지막 지점에서 첫 지점으로 바늘이 이동할 때 튕기듯 날아오게 된다. 이 모습이 시계에 역동적인 느낌을 부여하기 때문에 레트로 그레이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시 기록은 왼쪽 상단 부채꼴에 표시된다. 이 왼쪽 상단의 부채꼴은 두 가지 기능을 품고 있다. 크로노 그래프를 작동하기 전에는 사용자가 설정한 두 번째 시간대를 24시간 계로 알려주다가 사용자가 크로노 그래프 작동 용두를 누르면 바늘이 부채꼴의 처음 위치로 돌아와서 경과된 시를 기록한다. 그리고 크로노 그래프 멈춤 용두를 누르면 다시 원래 있던 위치(사용자가 설정한 시간대)로 돌아온다. 


라이백이란 기능은 크로노 그래프 시계에서 쓰이는 기능이다플라이백 기능이 없는 크로노 그래프는 보통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1. 크로노 그래프 작동 용두를 누르면 크로노 그래프 기능이 시작되며 크로노 그래프 바늘들이 움직인다.

 2. 다시 작동 용두를 누르면 그 자리에서 바늘들이 멈춘다.

 3. 다시 작동 용두를 누르면 재시작한다.

 4. 별도로 마련된 크로노그래프 중단 용두를 누르면 크로노 그래프 바늘들이 원래 위치로 돌아가 멈춘다.

 5. 작동 용두를 누르면 크로노 그래프가 다시 작동한다.


따라서 시간 측정하다가 새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 작동 용두 눌러서 멈추고 리셋 용두 누르고 다시 작동 용두를 눌러야 한다. 초를 다투는 시간 측정인데 용두 누르다 초가 그냥 지나가버리기 십상이다.


플라이백 크로노 그래프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연속으로 시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기능이다. 플라이백 기능은 작동 중 멈춤 용두를 누르면 바늘들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바로 새로운 시간을 측정을 다시 시작한다. 일반 크로노그래프에서 연속으로 시간을 측정하려면 용두를 번갈아 여러 번 눌러야 하는데 이 시간을 단축시켜준 것이다. 바늘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기능 이름으로 사용한 것 같다.


인디 글로 나이트 라이트는 어두운 곳에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계에 넣은 조명 기능을 말한다. 가운데 용두를 누르면 다이얼 전체를 밝히는 은은하고 파란 불 빛이 시계 다이얼 뒤에서 은은하게 켜진다. '인디 글로 나이트 라이트'라는 이름은 TIMEX에서 이런 방식의 조명 기능에 붙인 이름이다. 조명 기능은 보통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 배터리를 사용하는 쿼츠 시계에만 적용되는 기능이다(물론 기계식 시계에서 구현한 경우도 있는데 매우 특별한 케이스다). 본 제품의 경우 다이얼이 어두운 색이어서 실제 체감 조명 밝기는 굉장히 약한 편이다. 낮에는 눌러도 켜졌는지 알 수가 없고, 밤에도 꽤나 어두운 상태에서나 제대로 확인 가능하다. 

맨 왼쪽이 조명 켜기 전, 가운데는 방 불 끄고 조명 켠 모습, 마지막은 밝을 때 조명 켠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 별로 발전하지 않은 산업 분야의 용어가 늘 그렇듯 대부분의 용어가 영어로 되어 있고, 그에 맞게 사용할만한 마땅한 한글 단어를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계 잡지와 시계 커뮤니티에선 딱히 한글 용어를 찾거나 만들지 않고 외국 용어의 발음만 한글로 옮겨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굳이 바꾸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방향으로 용어를 사용했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고.


시계는 여자 친구에게 선물 받은 특별한 시계다. 그래서 이후 들였던 G-SHOCKMAGRETTESTEINHART, TISSOTTAG Heuer, BREITLING, IWC, PANERAI 등의 여러 유수 브랜드의 시계들이 내 수중에 들어왔다가 몇 달을 못 버티고 줄줄이 팔려 나갈 때도 이 시계만큼은 입지가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서랍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손목이 아니라 서랍 한 구석인 이유는 손목에선 다른 기계식 시계에 밀렸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선물 받게 되었느냐. 당시 화이트 데이였나, 아님 생일이었나. 아무튼 선물을 받을 기회가 생겨서 이 시계가 이뻐 보인다고 누가 봐도 사달라는 말을 티 나게 돌려서 말했었다. 그럼 왜 이 모델을 선택했느냐. 2012년 당시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라는 드라마가 흥행하고 있었다. 당시 주인공 의사 역을 맡았던 유준상 씨가 연기도 잘했지만 옷도 잘 입고 나와서 극 중 패션까지 주목받았었는데, 그가 드라마에서 차고 나왔던 여러 시계 중 특히 TIMEX t2n700이란 모델이 '유준상 시계'라고 불릴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아래 사진에 나온 모델.

그 당시 나도 이 드라마를 자주 봤는데 이 시계가 너무 이뻐 보여서 여자 친구한테 링크까지 보내가며 이쁘다고 어필했었다. 누가 봐도 사달라는 말이었으니 당연히 당시 여자 친구도 내 의도를 인지했고, 고맙게도 사줘서 아직까지 잘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10개월 후 그 여자 친구와 결혼했다. 아래 사진은 선물 받고 3년 뒤, 결혼 후 2년 뒤 집에서 찍은 사진이다. 크리스마스에 티본스테이크로 홈파티하면서 찍었다.

당시 줄질 해 준 카키색 나토 줄이 체결되어 있다. 이 나토 줄도 잘 어울렸다.
맛있게 먹으려고 TIMEX로 시간 측정까지 해가며 구웠지만 실패했다.

티본스테이크는 정말 굽기 어려웠다. 열심히 구웠지만 뼈 가까이는 블루 레어, 끄트머리는 까만 웰던이 되어 버렸다. 다시는 티본스테이크를 집에서 구워 먹지 않기로 다짐했다.


최근에 새로 마련한 하들리 로마 브랜드의 검정 코듀라 줄. 카키색 나토 줄보다 더 잘 어울린다.

한동안 서랍 신세를 지다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던 건, 사실 다른 시계에 채워주려고 샀던 위 사진 속 코듀라 줄을 바꿔주고 나서다. 검은색 코듀라 줄로 바꿔주니 전체적으로 건조한 질감의 스포티 이미지가 딱 완성된 느낌이었다.


설립년도와 모델명, 방수능력, 시계 재질 등이 표기되어 있다. 1854년 설립이니 장수기업이다. 
TIMEX 사진 중 흰 배경은 전부 아내가 찍어 준 사진. 나보다 잘 찍는다.

잘 보면 초침 한쪽 끝이 T 모양으로 되어 있다. Timex의 T인 것 같은데 아주 마음에 드는 디테일이다.

아무튼 특별한 의미도 담겨있고 디자인과 성능도 괜찮아서 고칠 수 없을 때까지 망가지지만 않는다면 계속 내 서랍 한 구석에 잘 보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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