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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nugeun Jun 27. 2017

기계식 시계를 좋아하는 이유

감성


현재 대중적으로 많이 팔리고 있는 손목시계를 동력원에 따라 분류해보면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1. 건전지를 동력원으로 삼는 쿼츠(Quartz) 시계

    2. 건전지 없이 태엽이 감겼다 풀리는 힘만으로 작동하는 기계식 시계


그리고 2번 기계식 시계는 다시 태엽을 감는 방식에 따라 두 분류로 나뉜다.

    1. 태엽을 손으로 직접 감아줘야 하는 수동식 시계. handwinding, manual winding 등으로도 불린다.

    2. 태엽에 로터(Rotor)라는 이름의 장치가 달려있어 시계가 움직이면 로터가 중력에 따라 회전 운동을 하면서 자동으로 태엽을 감아주는 시계. 태엽을 자동으로 감아주기 때문에 오토매틱(Automatic)이라고 불린다.


건전지는 1877년 프랑스 화학자 르클랑셰가 발명한 것을 시초로 본다.

그에 비해 기계식 시계는 14세기 초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320년에 완성된 단테의 신곡에도 기계시계가 언급되어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계는 손목시계가 아니다.)


발명 시기상 최초에 만들어진 시계는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교한 태엽을 통해 시간을 맞추는 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만약 시계가 발명되기 전에 인류가 전기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면 현재의 기계식 시계는 볼 수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쿼츠 시계는 기계식 시계에 비해 제작단가가 훨씬 저렴하면서 정확하다.

그래서 시계를 시간을 알려 주는 도구로만 본다면 가성비에서 기계식 시계가 쿼츠 시계를 넘기는 힘들다.

이미 쿼츠 시계가 발명됐다면 그 누구도 굳이 비싼 노동력을 들여 태엽시계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략적인 가격차이를 알아보고자 가격 검색을 해보았다.


첫 번째로 다음에서 쿼츠 시계로 유명한 카시오(Casio)를 검색해 보았다.

http://shopping.daum.net/search/%EC%B9%B4%EC%8B%9C%EC%98%A4/&srchhow:AKexpo 

검색 결과 중 쇼핑하우 화면 캡처


두 번째로 기계식 시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인 롤렉스(Rolex)를 검색해보았다.

http://shopping.daum.net/search/%EB%A1%A4%EB%A0%89%EC%8A%A4/&srchhow:AKexpo

검색 결과 중 쇼핑하우 화면 캡처



캡처된 결과를 얼핏 봐도 가격차이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마저도 자세히 보면 카시오는 전부 새 제품인데 롤렉스는 중고제품들이 섞여 있다.

가장 저렴한 건 카시오 첫 번째 검색 결과인 8,070원이고,

가장 비싼 건 롤렉스 네 번째 검색 결과인 47,000,000원이다.

47,000,000 / 8,070 = 5,824.039...이다.

롤렉스 시계 하나 살 돈이면 15년 동안 매일 카시오 시계를 새 것으로 살 수 있다.


이렇게 가성비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기계식 시계에 관심이 생기면서 스스로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1. 카시오 같이 훨씬 더 저렴한 대체재가 있는데 왜  기계식 시계를 좋아하게 되는 걸까

    2. 기계식 시계는 왜 비싼 것일까 그럴만한 가치가 있나


그래서 내가 좋아하게  이유를 글로 써보기로 했다.  어떻게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보려고.

 

오늘은 그 첫 번째로 감성을 주제로 이유를 풀어보았다.


* 감성 [명사] 1.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


기계식 시계는 철제 스프링이 감겼다 풀리는 힘 만으로 태엽 뭉치를 돌려 시간을 측정하고 알려준다. 대부분 알려주는 방식도 태엽의 작동 방향에 종속되어 바늘을 이용한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한다.

이렇게 형태 자체에서 형성되는 아날로그적 감성에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파일럿과 다이버들이 실제로 착용했다거나, 철도 시대 미국에서 역장과 기관사들이 사용했다는 히스토리가 더해진다.

마지막으로 실력 있는 시계 브랜드들의 기술력이 가미되며 감성이 완성된다.


잠깐 기술력에 대해 얘기하자면,

어떤 브랜드들은 오직 태엽 뭉치만 사용해 시간에 따른 달의 모양, 월드 타이머, 윤년과 윤달 표시, 수심과 고도 측정, 알람과 노래 연주 등의 기능을 선보인다. 또 다른 브랜드들은 세라믹이나 카본 같은 신소재를 적극 활용하여 기존 시계보다 훨씬 가볍고 튼튼한 시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정말이지 요즘 세상에 쓸고퀄이다.


아무튼 작은 태엽 뭉치에 이런 스토리와 전통과 기술력이 스며들어있다. 이게 쿼츠가 흉내내기 힘든 기계식 시계만의 아날로그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비효율적인 것 같은 고퀄. 이게 아날로그 감성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바로 이 아날로그 감성이 내 코드를 자극한다. 이게 기계식 시계를 좋아하게 된 첫 번째 이유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쿼츠와 기계식 시계 얘기가 나왔으니 짧게나마 쿼츠 파동에 대해 정리하고 넘어가고 싶다.


나도 손목시계에서 가성비의 제왕이라 부를 수 있는 seiko 시계를 하나 갖고 있다.

seiko는 쿼츠와 배터리로 손목시계 업계에 혁신을 가져왔던 기업이다. 아래는 위키에서 '쿼츠' 검색한 내용.

종래의 태엽 구동 대신 수정진동자를 이용,
전지로 작동하는 전자식 시계.
내부는 디지털 회로를 쓰지만 시각 표시 방식에 따라
아날로그시계와 디지털시계로 나뉜다.

거의 모든 전자시계에는 'QUARTZ'라고 쓰여있지만
이는 시계 회사 이름이 아니며, 쿼츠는 석영을 뜻한다.
석영 결정을 특정한 면으로 절단하여 만든 작은 조각 양끝에 전극을 달고,
그에 전압을 걸면 진동이 일어난다.
이 진동은 일정한 주기를 가지는 데다
여러 가지 외부 변화에도 진동 주기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시간을 측정하기 좋은 특성을 지닌다.

일반적으로는 그냥 간단하게 전기로 굴러가는 시계,
혹은 배터리가 들어가는 시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손목시계 건 벽시계 건 탁상시계 건,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시계.
디지털시계도 물론 쿼츠 시계이다.

최초의 쿼츠 시계는
1927년에 미국 벨 연구소의 연구원인 워렌 메리슨이
크리스털 발진기를 응용해서 만들었고.
실용화는 1967년에 발표하고 1969년에 만든 세이코의 아스트론(Astron)이다.
사실 세이코 내부에서 조차
쿼츠 시계 개발팀을 회사를 말아먹을 놈들이라고
공공연히 불렀을 정도로 지지를 못 받았지만,
상층부에서 뚝심 있게 밀고 나가
기존 스위스 기계식이 장악하던 시계 시장을 단번에 뒤집을 정도로
충격이 매우 컸다.
그러나 스위스에서도 구조조정과 인수 합병을 통해 힘을 길렀고,
쿼츠 시장에서도 후발주자들의 가격 공세로 인해
세이코도 그렇게 까지는 재미를 못 보았다.

SEIKO가 혁신을 통해 일명 쿼츠 파동을 일으킨 결과 몇몇 유명한 스위스 시계 업체들이 결국 도산하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몇몇 에서 그쳤다. 전부가 도산하지는 않았다. 위키의 설명처럼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여준 스위스 업체들이 있었다. 또한 애초에 비싼 물건이었던 지라 자연히 가지고 있던 값비싼 액세서리 역할이 어려울 때 힘을 보태준 거란 생각도 든다. 어찌 됐든 현재 쿼츠 시계와는 서로 살짝 다른 포지션에서 상생하고 있다.

덕분에 전통 있는 브랜드들의 훌륭한 기계식 시계를 여전히 매장에서 실물로 볼 수 있다. 나에겐 좋은 일.


아직 힘을 제대로 받진 못하고 있지만 몇 년 전부터 줄기차게 출시되는 스마트 워치들의 결과도 궁금하다.



여담으로, 난 자동차도 좋아한다. 자동차도 시계만큼 아날로그적 감성을 깊게 품고 있다. 좋은 엔진이 탑재된 차가 깊게 울리는 엔진 소리를 내며 달려 나가면 기계적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이런 차들이 지나가면 고개가 돌아간다. 타보고 싶고, 운전해보고 싶다. 


요즘 전기 자동차가 주목받는 추세를 보면, 자동차 업계에도 쿼츠 파동과 같은 혁신적 변화의 물결이  앞까지 닥쳐온    있다. seiko가 맡았던 역할을 이번엔 테슬라가 맡았다. 자율주행과 친환경 에너지라 강력한 두 슬로건 아래 세계 각국의 정부가 이 물결을 지원하고 있다. 결국 대세는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은 전기모터로 달리는 자동차가 내연기관으로 달리는 자동차가 주었던 감성을 재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테슬라나 기존 자동차 업체가 친환경과 자율주행에 이 감성까지 더해주는 외계인 같은 능력을 보여줄지,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이 감성이 구시대의 유물로 사라지고 새로운 종류의 감성이 나타날지 궁금하다. 그 결과를 경험할 때까지 살아있고 싶다.


시계든 자동차든 기술과 감성이 적절히 만나면 

그 물건은 구매욕을 엄청나게 자극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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