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의 미래

양자컴퓨터 혁명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by gnugeun

일본계 미국인인 미치오 카쿠라는 이론 물리학자가 쓰고 물리학자이자 번역가 박병철 님이 옮긴 책이다.

https://ko.wikipedia.org/wiki/%EB%AF%B8%EC%B9%98%EC%98%A4_%EC%B9%B4%EC%BF%A0

https://store.kyobobook.co.kr/person/detail/1001332304

영어에 익숙지 않아서인지 원제 ‘Quantum Supremacy’보다는 번역판의 제목인 ‘양자컴퓨터의 미래’가 더 와닿았다.


미치오 카쿠는 이쪽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널리 알려진 사람인 것 같다. 평행 이론과 끈 이론의 전문가라고 하며, 물리학 지식을 대중들에게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능력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자주 언급되는데 BBC 사이언스 채널 등 여러 TV 채널의 과학 관련 프로그램에 진행자나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지도를 쌓은 모양이다.

인맥 또한 상당히 넓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 말미에 책 내용과 관련해서 조언을 구하거나 인터뷰했던 노벨상 수상자 명단이 나오는데 무려 17명이나 적혀 있다. 아무래도 비슷한 사람들끼리 잘 어울릴 수 있었겠지.

리처드 파인만, 스티븐 와인버그, 난부 요이치로, 월터 길버트, 헨리 켄들, 리언 레더먼, 머리 겔만, 데이비드 그로스, 프랭크 윌첵, 조지프 로트블랫, 헨리 폴락, 피터 도허티, 에릭 시비안, 제럴드 에델만, 안톤 차일링거, 스반테 페보, 로저 펜로즈.

오래전에 돌아가신 분들도 계신 것으로 보아 이 책과 직접 관련은 없어도 이 책에 그가 풀어놓은 지식과 관련해 조언을 구한 적이 있거나 인터뷰했던 적이 있다면 명단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예를 들어 헨리 켄들은 1999년에 타계했다).


저자는 먼저 양자 역학의 발전과 그 발전이 어떻게 양자 컴퓨팅 기술의 태동을 가져왔는지 살펴본다. 이후 해당 분야에 평생을 바쳐온 이론 물리학자의 시선에서 양자 컴퓨팅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향후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 크게 세 가지 방면(인간 사회, 의학, 우주의 기원)에서 예측하고 상상한 것들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양자 역학의 역사는 역사답지 않게 참 재밌는 이야기다. 김상욱의 양자 공부를 읽으면서 한 번 봤던 이야기인데도 재미가 줄어들지 않는다.

이 역사 이야기의 재미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세계 최고의 천재들이 서로 치열하게 논의하며 양자 역학의 기반을 닦아나갔던 과정을 지켜보는 것. 실험 결과를 손에 쥐고 선배 물리학자와 대립하며 양자의 특성을 하나씩 발견하고 이론으로 정립해 나가는 과정은 감춰진 비밀을 하나씩 밝혀나가며 이른바 ‘세상의 전부’를 찾아나가는 만화 원피스를 보는 것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아인슈타인이 끝끝내 양자 역학을 제대로 된 학문으로 인정하지 않고 영면에 들었다는 이야기와 터무니없는 소리 취급을 받았던 에버렛의 다세계 이론이 결국 재조명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물리학을 넘어 인생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다.

두 번째는 이들 역시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점. 최근에 다소 늦게 영화 ‘오펜하이머’를 봤는데 이 영화가 선사하는 재미와 같은 재미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우리는 종종 인생의 여러 부분을 완전히 분리해서 다루고 즐길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한 번씩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공부, 업무, 사랑, 우정, 취미 등은 서로 간에는 물론 자신 주변의 정치 및 사회 환경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

세 번째는 세계적인 천재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는 것. 예를 들어 당대 최고의 호색가였다는 슈뢰딩거나 스스로에게 좌절했던 특허청 시절의 아인슈타인의 이야기가 있겠다.

슈뢰딩거가 당대 최고의 호색가였다는 것은 전기 작가들 사이에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평소 자유연애를 추구했던 그는 노트에 연인들의 이름을 나열해 놓고 만난 날짜를 암호로 표기해 놓았다. 심지어 아내와 연인을 함께 대동하고 여행을 다닌 적도 있다.)

이후 슈뢰딩거가 베를린 거리에서 유대인이 나치 친위대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끼어들어서 말리다가 뭇매를 맞고 옥스퍼드 대학교로 옮긴 뒤(아내와 내연녀를 모두 데리고) 이후 아일랜드에 정착해 노년을 보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광전효과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사람은 스위스 베른에 있는 특허청에서 잡다한 서류를 정리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가난한 물리학자였다. 그는 박사과정 학생 때 지도교수가 강의하는 과목을 수강하지 않고 버티다가 졸업 후 최악의 추천서를 받는 바람에 대학 강사로 취직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가정교사나 세일즈맨 등 박사 학위에 어울리지 않는 일을 전전하면서 궁핍한 생활을 이어나갔고, 생활고에 좌절한 나머지 ‘나 같은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험악한 편지를 부모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러던 중 대학 선배 덕분에 특허청의 말단 직원으로 간신히 취직하긴 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낙오자로 취급했다.


양자 역학의 역사를 훑어보며 양자의 기본적인 특성을 파악한 뒤에는 이런 특성이 어떻게 양자 컴퓨터의 태동과 연결되는지 살펴본 뒤 마지막에 친절하게 아래와 같이 한 번 정리를 해준다.

양자 컴퓨터를 가능하게 만든 양자 이론의 기이한 특성은 다음 네 가지 항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중첩
모든 물체는 누군가에게 관측되기 전까지 여러 개의 가능한 상태에 ‘동시에’ 존재한다. 즉, 하나의 전자는 이곳과 저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이 특성을 컴퓨터에 응용하면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의 수가 많기 때문에 엄청난 연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얽힘
양자적으로 얽힌 관계에 있는 두 입자는 둘 사이의 거리가 아무리 멀어져도 상대방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 영향은 ‘즉각적으로’ 전달된다. 그래서 양자컴퓨터는 큐비트가 많을수록 상호작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성능도 그와 비슷한 비율로 빠르게 향상된다.
경로합
입자가 두 지점 사이를 이동할 때에는 두 점 사이를 연결하는 모든 가능한 경로를 동시에 지나간다. 각 경로에는 확률이 가중치처럼 할당돼 있는데, 이들 중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고전역학의 해답에 해당하는 경로이다. 그러나 확률이 아무리 낮은 경로라 해도 이들까지 모두 더해야 정확한 최종확률을 구할 수 있다. 이는 곧 확률이 지극히 낮은 경로도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척박했던 지구에 생명이 창조된 것도 확률이 매우 낮은 분자의 경로가 현실세계에 구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터널효과
일반적으로 입자는 높은 에너지 장벽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에서 입자는 높은 장벽을 통과할 수 있다. 이 확률은 장벽이 높을수록 0에 가까워지지만, 어쨌거나 0은 아니다(이것은 입자가 벽을 뚫어서 벽에 흠집을 내는 것이 아니라, 벽에 아무런 손상도 입히지 않고 통과하는 현상이다).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복잡한 화학반응이 상온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은 바로 이 터널효과 덕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양자 역학과 양자 컴퓨터의 역사를 살펴본 뒤에는 양자 컴퓨터가 현재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는지 짚어본다. 저자는 현재 양자 컴퓨터 개발의 가장 걸림돌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양자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큐비트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일제히 같은 모드로 진동하도록 배열되어야 한다. 이런 상태를 결맞음(coherence)이라고 한다. 그러나 원자는 워낙 작고 예민한 물체여서, 외부로부터 불순물이나 교란이 조금이라도 개입되면 그 즉시 원자의 배열은 결어긋남(decoherence) 상태로 붕괴되고, 계산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바로 이것이 양자컴퓨터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이다. … 과학자들은 외부의 방해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부의 온도를 절대온도 0도(-273도) 근처까지 떨어뜨린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런 극저온 상태에서는 원치 않는 진동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도를 0K까지 떨어뜨리려면 엄청나게 비싼 특수펌프와 튜브가 필요하다.

저자는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러 기업 중 현재(저자가 집필하던 시점인 2023년 기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러 기업과 그들이 시도하고 있는 방법 및 성과를 간략히 소개한다. 읽다 보면 여러 기업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양자 컴퓨터 구현 및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는데 과연 누가 먼저 성공할지 궁금해진다. 참고로 이 책은 2023년에 출판된 책이고, 이 분야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2025년 현재의 상황과 비교할 때 구체적인 수치 등에서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발견되긴 하지만 기술 발전의 방향을 파악하기에는 큰 문제없다.

양자 컴퓨터의 기본 설계도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튜링 머신의 작동 원리는 매우 일반적이어서 다양한 기술에 적용할 수 있다. 즉, 진공관이나 트랜지스터대신 물이 흐르는 파이프와 밸브를 사용해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0과 1로 구성된 디지털 정보를 운반하는 시스템과 이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양자 컴퓨터도 다양한 설계가 가능하다. 0과 1이라는 상태가 중첩되고 얽혀서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은 모두 양자 컴퓨터가 될 수 있다. 스핀이 위 또는 아래인 전자나 이온은 물론이고, 스핀이 시계 방향이거나 반 시계 방향인 편광된 광자도 양자 컴퓨터로 손색이 없다. 양자 역학은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에 적용되므로,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방법은 수천 가지나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왜 기존의 컴퓨터 기술을 더 발전시키지 않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컴퓨터를 개발하려는 것인가?’이다. 아래는 그에 대한 답이다.

요즘 생산되는 마이크로칩에서 트랜지스터의 가장 얇은 층은 원자 20개가 들어가는 정도인데, 이 간격이 더 좁아지면 양자적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서 성능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트랜지스터 사이의 간격이 원자 5개 정도라면,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 위치가 불확실해진 전자들이 사방으로 튀어나와 회로를 단락시키거나 과도한 열을 발생시켜 칩을 녹일 수도 있다. 즉, 실리콘에 기반을 둔 컴퓨터에 무어의 법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것은 물리법칙으로부터 초래된 필연적 결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실리콘 시대의 종말을 목격하는 산 증인이 될 것이며, 후-실리콘 시대(또는 양자 시대)의 서막을 현장에서 관람하는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는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양자적 과정을 시뮬레이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IBM의 부사장 로버트 수터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었다. 디지털 컴퓨터로 카페인 같은 단순한 분자가 형성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려면 10^48비트의 정보가 필요한데, 이 수는 지구를 구성하는 총 원자 개수의 10퍼센트에 해당한다. 따라서 디지털 컴퓨터로는 단순한 분자조차 시뮬레이션할 수 없다.


저자는 앞으로 어떤 일들이 가능해질지 크게 세 분야(인간 사회, 의학, 세상과 우주의 모델링)로 나눠 하나씩 살펴본다. 팔다리를 옭아매는 현실의 많은 제약을 생략하고 미래를 상상해 보는 일은 늘 재밌다. 읽다 보면 학창 시절 학교에서 한 번씩 열렸던 자신이 상상한 미래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는 행사도 생각나고, 과거의 사람들이 미래의 모습을 상상한 그림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8335

저명한 물리학자가 양자 컴퓨터라는 명확한 주제를 염두에 두고 그린 미래의 모습은 훨씬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여러 분야로 나눠 설명하긴 하지만 문제 해결 방법은 모두 하나로 귀결된다. 분자 단위의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연산 능력을 갖춘 양자 컴퓨터가 발전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저자는 먼저 각 분야별로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왜 차원이 다른 연산 능력을 갖춘 컴퓨터가 필요한지 살펴본 뒤 따라서 양자 컴퓨터의 발전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라고 결론을 맺는다.


인간 사회와 관련해서 저자는 크게 식량과 에너지 문제를 다룬다.


첫 번째로 살펴보는 것은 광합성.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됐는데 우리는 아직 광합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광합성의 첫 단계에서 식물은 어떻게 광자의 에너지를 포획하는가? 광합성은 불연속의 에너지 덩어리인 광자가 잎에 함유된 엽록소를 때리면서 시작된다. 엽록소 분자는 빨간색과 파란색 빛을 흡수하고 초록색 빛을 주변 환경으로 반사한다. … 광자가 나뭇잎에 충돌하면 모든 방향으로 산란되어 영원히 사라질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바로 여기서 양자 마법이 기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광자가 엽록소를 때리는 순간 ‘엑시톤exiton’이라 불리는 진동 에너지가 발생해 잎의 표면을 따라 전달되고, 이 에너지는 잎 표면에 있는 ‘에너지 수집 센터’에 모여서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는 데 사용된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에너지가 하나의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바뀔 때 대부분이 무용한 에너지가 되어 주변 환경에 버려진다. 따라서 광자가 엽록소 분자와 충돌했을 때 알뜰하게 사용되는 에너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폐열로 사라질 것 같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엑시톤의 에너지는 거의 아무런 손실 없이 에너지 수집 센터로 운반된다. 이 과정은 거의 100퍼센트에 가까운 효율을 자랑하는데, 이유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 엑시톤의 경로를 경로적분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 또 다른 미스터리는 상온에서도 멀쩡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100퍼센트의 효율이라니! 길가에서 아무렇게나 자라고 있는 잡초들이 세계 최고의 천재들도 해결하지 못한 메커니즘을 탑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저자의 말대로 양자 컴퓨터가 광합성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다음으로 비료. 비료가 식량 생산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고, 아직도 프리츠 하버의 하버-보슈법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여기서도 자연의 신비에 새삼 놀라게 된다. 우리는 질소 결합을 끊기 위해 엄청나게 높은 온도와 압력을 사용하고 있는데 땅콩은 상온 및 대기압에서도 자연스럽게 질소 고정을 해내고 있다고 한다. 과연 양자 컴퓨터는 질소 고정의 원리를 분석할 수 있을까.

다음으로 저자는 배터리의 효율을 언급한다. 배터리 역시 비료와 마찬가지로 최초 탄생 이후 근본적인 메커니즘 측면에서는 거의 개선된 것이 없다고 한다.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다가 최근에 확 식어버린 2차 전지에 대한 관심이 양자 컴퓨터의 발전으로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책에서는 인간 사회가 아니라 세상과 우주의 모델링 챕터에 넣어놓긴 했지만, 배터리의 효율과 같은 맥락으로 미래의 에너지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핵융합 기술도 살펴본다. 이야기 전개 과정은 배터리와 비슷하다. 현재 핵융합 발전 기술이 부딪힌 문제(도넛 모양의 인공 핵융합로에서 플라스마를 안정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자기장과 플라스마의 거동 및 상호 작용 계산)를 살펴보고 그 해결책은 바로 양자 컴퓨터라는 것.


인간 사회의 측면을 살펴본 저자는 이제 인간 자체의 문제를 살펴본다. 늙고 병들고 쇠약해져 끝내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질적 문제. 저자는 이 또한 양자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활용하면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항생제가 세균을 죽이는 메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밝혀 신약 개발 과정을 개선하고, 개가 암세포가 방출하는 희미한 냄새를 포착하는 방법을 응용해 그야말로 암세포가 한두 개 수준일 때 발견할 수 있는 기술과 발견한 암세포를 인식해 처리할 수 있는 백혈구를 개발해 암을 감기와 같이 흔히 걸리지만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질병으로 만들고, 단백질 접힘 구조를 분석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등 단백질이 잘못 접히면서 발생하는 질병을 극복하고, DNA 오류가 발생하는 원리를 분자 단위로 분석해 궁극적으로 노화와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 극복하는 것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 사회와 인간의 문제까지 살펴본 저자는 이제 세상과 우주를 바라본다. 날씨 예측부터 시작해 블랙홀이나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 등 아직 그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들을 양자 컴퓨터를 이용하면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암흑 물질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고, 미래의 나를 위해서 관련 설명을 발췌해 놓았다.

우주의 대부분은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로 구성돼 있다. 즉, 우주의 대부분이 손으로 만질 수 없고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도 없는 암흑으로 덮여 있다는 뜻이다.
... 영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톰슨은 1884년에 최초로 암흑 물질의 개념을 이론적으로 정립했다. 그는 은하가 지금과 같은 형태를 유지하면서 회전하는 데 필요한 질량을 계산했는데, 놀랍게도 천문 관측으로 확인된 별들의 실제 질량 값보다 훨씬 큰 값이 나왔다. … 우리 은하(은하수)가 지금처럼 빠르게 회전하면 나선 모양을 유지하지 못하고 별들이 산산이 흩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우리 은하는 이론적으로 계산된 속도보다 10배나 빠르게 회전하고 있다. 그런데도 별들은 바깥쪽으로 흩어지지 않고 원래의 대형(나선 모양)을 유지한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이 은하에 속한 모든 별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는 것이다.
... 더욱 신기한 것은 암흑 에너지다. 우주가 팽창하는 것은 진공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암흑 에너지 때문인데 우주에 존재하는 알려진 물질/에너지의 68퍼센트를 차지하는데도 그 정체는 미지로 남아 있다.
... 현재 과학자들이 추정하는 우주의 구성 성분과 함량은 다음과 같다. 암흑 에너지 68퍼센트, 암흑 물질 27퍼센트, 수소와 헬륨 5퍼센트 그 외 무거운 원소 0.1퍼센트.
... 암흑 물질은 일반적인 물질과 중력을 제외한 상호작용(예: 전자기적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

세상과 우주를 아우른 저자는 마지막으로 양자 역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 품게 되는 의문 네 가지를 소개한다.

1. 신은 우주를 창조할 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가?
2. 우주는 시뮬레이션인가?
... 컴퓨터의 성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해지면, 우리가 사는 세상과 완전히 똑같은 세상을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 날씨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도구는 날씨 그 자체이다. (이보다 조금만 작아도 정보의 일부가 누락되기 때문이다.) ... 따라서 우주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도구도 우주 그 자체뿐이다.

참고로 김상욱의 양자 공부에서 나왔던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의 이야기가 이 부분에서 또 등장한다. 더 워쇼스키스의 능력에 다시 한 번 감탄을!

3. 양자컴퓨터는 평행 우주에서 계산을 수행하는가?

침고로 미치오 카쿠는 김상욱 교수와는 달리 결어긋남 이론에 결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주변 환경을 구성하는 입자와 관측 대상을 구성하는 입자를 구별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양자중력이론에서는 양자화되는 최소 단위가 우주 자체이기 때문에 관측자와 주변 환경, 고양이 등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들 모두가 거대한 우주 파동 함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양자중력이론에서는 결맞은 파동과 결어긋난 파동 사이에는 실질적인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양자중력이론을 도입하면 결맞음이나 결어긋남 같은 개념을 폐기되고 에버렛의 다세계 해석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코펜하겐 해석과 다세계 해석은 동일한 결과를 낳기 때문에 어느 쪽이 맞는지 실험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결어긋남 이론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어서,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은 물리학적 문제라기보다 철학적 문제에 가깝다.

결국 저자는 평행 우주로 점프하는 실험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없다고 말한다.

4. 우주는 양자컴퓨터인가?

저자에 따르면 양자 정보 이론을 전공한 MIT의 세스 로이드는 우주가 곧 양자컴퓨터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말은 우주를 지배하는 양자 역학 법칙을 양자적 튜링 머신에 부호의 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즉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양자 컴퓨터에 코드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책은 '우리가 양자적 튜링 머신을 진정으로 이해하면 우주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과연 그럴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진정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양자 컴퓨터가 과연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가볍게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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