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 영혼은 나 밖에서 나를 보고 있는 또 하나의 나가 아닌가 싶다. 호의와 관심을 가진, 호의가 담긴 관심으로 나를 지켜봐 주는 나인 듯싶다.
많은 날들, 시간들을 영혼 없이 살아왔다. 세수하는 줄 모르고 아침 세수를 하곤 했다. 무슨 맛인지 모르고 점심들을 먹었다. 우울과 화를 품고 지내다 쓰러질 듯 현기증을 겪은 날들도 있었다. 미팅을 하고도 누구와 만났는지, 무슨 얘기들을 했는지 모르겠는 적들도 많았다. 몸을 함부로 대했고, 기분과 감정을 살뜰히 챙기지 않았고, 제멋대로의 생각들을 공들여 갈무리하는 데 소홀했다.
그런 날들을 보내고 일주일을 돌아보면 월요일에 무슨 일을 했는지,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어제 금요일에는 무얼 했는지 까마득했다. 많은 날들과 시간들이 그저 스쳐 지나가고 흘러 지나갔다.
이렇게 사는 게 큰 문제는 아니다. 그렇게 살아도 생활은 계속된다. 봉급날에는 봉급이 들어온다. 아이들은 아침에 학교 가고 저녁에 학원 간다. 안사람은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한다. 주말에는 가끔 식구들이 외식을 하기도 한다.
영혼을 생각하게 되는 건, 내 밖에서 나에게 관심을 기울여주는 나를 떠올리게 되는 건, 문제없는 생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될 때다. 출근하고, 일하고, 아이들 학교에 보내는 날들이 문제없이 무심하게 지나가는데, 허전하고 작아지고 쓸쓸해질 때다.
허전해서 허무해지면, 내 일과 삶의 순간들이 선의 어린 관심을 받지 못하고 흘러 지나가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흘러 지나갔기에 허전하고, 허전하기에 허무함을 알게 된다. 작아져서 쓸쓸해지면, 내가 일과 삶의 순간들에 임하는 동안 정성 어린 관심과 호의를 받지 못했다는 걸 깨닫는다. 관심을 받지 못해 작아지고, 염려의 눈빛을 받지 못해 쓸쓸해졌음을 알게 된다.
허전하고 작아지고 쓸쓸해지면, 그걸 감당해야 하는 게 결국 나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다른 사람이 내 안의 헛헛함과 작아짐과 쓸쓸함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나의 영혼으로, 내 옆에서 다정하고 깊은 눈빛으로 나를 지켜봐 주는 나와 함께, 쓸쓸하고 허전한 날들을 통과해가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무렇지 않게 힘든 날들을 함께할 영혼이라면 이왕이면 섬세한 감수성과 예리한 관찰력과 사려 깊은 관대함을 갖추는 게 좋겠다. 소진되었는지 아직 괜찮은지 알려줄 수 있으면 좋다. 생기가 돌 때와 들떠있을 때를 분간해주는 것도 좋다. 슬플 때, 기쁠 때, 화날 때, 담담할 때, 우울할 때, 밝을 때, 낙담했을 때, 희망을 본 때를 분별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남들이 모르는 나의 치부 앞에서 참담할 때, 아무도 모르는 나의 어두운 면을 보면서 진저리를 칠 때, 어처구니없는 선택과 실수를 두고 망연자실할 때, 그럴 때는 조용히 지켜봐 주는게 좋겠다. 두려움을 떨치고 새로운 시작에 나설 때, 흔치 않은 성취로 기쁨에 들뜰 때는 그냥 묵직한 긍정의 눈빛을 보내주면 좋겠다. 명멸하는 연상들과 생각 조각들로 어지러울 때는 근원으로 돌아가 기준부터 세우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서로 다른 선택들과 삶의 방향들 앞에서 망설일 때는 미묘한 뱃심의 끌림을 짚어주면 좋겠다.
영혼이 담기면, 호의와 관심이 어린 사려 깊은 눈빛이 일과 삶의 순간들에 집중되면, 그 순간들은 반짝인다. 반짝이며 신호를 보낸다. 마음에 공명을 울린다. 일상의 날들과 시간들이 그저 흘러 지나가지 않고 꼭 그렇게 흘러 들어와 내 안에 쌓여 간다. 그럴 때 나는 안으로부터 충만하고 부풀고 안온하다. 나 아닌 것들도 넉넉한 선의와 아량으로 대하게 된다. 나와 주변이 넉넉함으로 흐뭇해진다.
모터사이클은 영혼, 즉 호의와 관심을 가지고 내가 외부와 상호작용하는 순간들을 주의 깊게 봐주는 나 자신을 깨우고 벼리는 데 도움이 된다. 모터사이클을 탈 때는 본인의 안전은 본인이 지킬 수밖에 없어 자기 몸, 감각, 감정, 인지와 판단에 크게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라이더는 일반적으로 라이딩의 준비, 진행, 종료에 걸친 전체 과정 내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지형, 도로와 노면, 대기와 온도, 다른 라이더와 운전자 같은 외부 환경에도 주의를 집중한다.
몸이 아플 때, 숙취로 감각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을 때, 지나치게 화가 났거나 우울하거나 흥분했을 때, 정신을 온통 빼앗아가는 일들이 벌어졌을 때는 라이딩을 자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