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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 asatoma Dec 22. 2020

야무진 꿈

창비....

나도 시인들이 쓰는 시를 쓰고 싶은데
그러나 나는 모든 것을 걸고 사랑 해 본 적이 없고
누구의 마음을 받아준 적도 없으며
만나본 많은 사람들 중에 내게 상처를 준 이도 없었다
그만큼 적당한 거리에서,
떠나가도 마음 아프지 않을 만큼만 의 자리를 내어주었기 때문에 내게는 시를 쓸 자격이 없다



나도 시인들이 쓰는 시를 쓰고 싶은데
그러나 나는 모든 것을 내어놓고 말할 줄을 모르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나의 생각이나 표현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누군가의 판단을 두려워하고
있는 그대로의 진짜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를 꺼리기 때문에 내게는 시를 쓸 자격이 없다

내가 속한 사회와 시대를 볼 줄도 모르고
역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며
다른 사람의 생을 아파하지도 못하고
스스로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연민을 즐기기 때문에
다시 보면 낯 뜨거운 글이나 쓰면서 한 걸음 나아가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희망을 가지는 것은
말을 잘 할 줄 모르며
말을 들어줄 사람도 없는데
하고 싶은 말은 많다는 것이다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불안함이
오늘 할 말을 내일로 미루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억지로 쓰는 기록이 아니고는 나를 기억할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뒤늦게 시대가 아프고 자연이 말을 걸어오고 무모한 용기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시인들이 쓰는 시 같은 시를 한 편 써서
내가 만난 남자들에게 보내고
눈빛 살아있고 귀여운 송종원 평론가나 박준 시인 같은 젊고 빛나는 남자 문인들 틈에 있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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