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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Oct 13. 2023

내 차에는

오지말고 커피숍 같은 곳에서 쉬라하셨지만 내 마음 편하자고.

지난여름 비에 흘러내린 토사로 길이 덮이고

한 더미 흙 위에서도 잡초가 어지러이 자라나

싸리비로는 쓸리지도 않을 흙더미가 여기저기 놓인 길을 걸어 올라가니

땡볕 아래 일군 밭에서 얻은 코끼리마늘 말리려

펼쳐놓은 검은 장막 위에서는 코끼리 마늘이 여전히 젖어있고

차마 버리지 못하고 놓아두기만 한 마늘 파묻으려 어낸 비닐 아래는  한 척에 조금 못 미치는 토룡들이 꿈틀대고

눈을 질끈 감고 고개 돌려 주위 잡초까지 뽑아내고

어린 날 사 먹지 못하고 구경만 한 솜사탕 아저씨 나무젓가락 휘휘 저어 솜사탕 뽑아내듯

장대를 허공에 저어가며 농장  여기저기 거미줄을 훑어다가

중지만큼이나 큰 거미들 사뿐히 풀 섶에 내려 앉히고

플라스틱 한 무더기 맥주 캔 두 무더기 백리터 세 봉다리에 담아 차에 싣고

제초기에 쓰는 부탄가스통 구멍 내어 쌀포대 하나 채워 담고

태우지 못할 묵은 쓰레기들 종량제 봉투 두 개에 담아

달리니 차내에 가득한 가스냄새가 겁이 나 창문 열고 달리다가

이웃동네 분리배출 장소에 한 포대 내리고 종량제 봉투 내렸다가

남의 동네에 쓰레기 버리냐는 타박이 기억나 다시 차에 실어 오다 보니


내 차에는 산 모기도 살고 귀뚜리도 살고 거미도 거미줄을 치고 대왕거미도 한 번씩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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