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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Feb 23. 2024

面接 中毒

면접 중독

나의 모든 정보가

어떤 학교를 졸업하였으며 전공은 무엇인지

가족관계와 나이와 생일과 포상과 자격증과

그동안 무엇에 얼마의 시간을 쏟았는지를 손에 들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의

표정과 말투와 음성과 제스처와

눈동자의 움직임과 얼굴 근육의 강직 정도와

이야기의 흐름과

이야기를 이어가다 잠시 멈추는 순간과

힘주어 말하는 모든 순간들을 관찰하며


특정 주제에 대한 나의 견해와 철학과 사상에 귀를 기울이는


세 남자


서로의 숨소리도 조심스러운 密室

공식적인 문항들이 인쇄된 종이를 손에 들고

이 공간 이 시간 오로지 나만 말할 수 있는 10분


이처럼 幻想적인 순간이 또 있을까


가장 오른쪽에 있던 조각상 같이 생긴

구릿빛 피부에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면접자와 눈이 마주쳐도 시선을 피하지 않던

군살 없는 몸매의 기린 같이 기다란 손가락을 가진 남자

세상에서 가장 엄숙하고 근엄한 모습으로 앉아

나를 향해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무언가를 쓰면서

내게만 집중하던 그 남자를 다시 만나고 싶다


사방이 순백으로 된

피하거나 가릴 곳 하나 없던 형광등 켜진 면접실 아닌

할로겐 조명도 좋고 조명이 없는 곳도 좋은 곳에서

극예술 연출가들에게서 느껴지는 고독을 풍기던

누드화 작가처럼 느껴지기도 하던

그 남자를 다시 어디선가 만나기 위해


10분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모르는 사람으로

다시 만날 일 없는 사람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모든 것을 내보여도 오해 없을

공적인 만남 그러나 치명적인 그러나 환상적인

그와 같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다시

面接을 보고,

面接을 보고,

面接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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