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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Mar 23. 2024

제주 7: 驚異


제주도립미술관에서 뒤퓌와 마티스 전시를 보았고

델문도에서 드립커피를 마셨고

모던돔베에서 고기국수를 먹고

서부 해안도로변 월령 선인장 군락지에서 바다를 보고

영락리 방파제에서 돌고래를 보았고

밤시간 올레시장 구경을 하고

이중섭 미술관 전시를 보고

포도뮤지엄에서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 전시를 보고

점심으로 돼지 두루치기를 먹고

곶자왈에서 바람의 소리를 들었고

김창렬 미술관 전시를 보았고

박수기정 옆 카페루시아에서 바닐라라떼를 마셨고

몸국을 먹었고

어리목을 올라 영실로 내려왔고

왈종미술관 전시를 보았고

유동커피집에서 함께하고

자구리 공원에서 일출을 보고

새연교를 함께 걷고

새연교아래 방파제에서 서귀포의 아침바다를 보는 동안


정말 놀란 건

함께하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이다


산과 밤바다에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혼자서 못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는데

무엇이든 당연한 듯이 혼자 했는데


삼박사일 짧지 않은 시간 아침부터 밤까지의 일정 속에서

함께할 때 이렇게 편안하고 이렇게 즐거울 수도 있구나의 경험이

물론 제주라는 공간이 주는 여유와 해방감이 한몫했겠으나

함께함이 주는 즐거움에 대한 경험이

경이롭다


어쩌다 잘 찍힌 한 장 사진 속의 내가 참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을 보며

너무 외롭게 놓아두었던 것은 아닌지 미안해지기도 하고

또 다른 나를 발견하기도 하였으며

다시 만나게 될 시간을 기다리는 내가 낯설기도 하면서



그런 내가 반갑다,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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