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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Oct 30. 2019

그 밤, 너를 돌려보낸 건

자꾸만 네게로 내가 기우는 거야.. 그래서.

투명한 술잔을 칠 수 있을 만큼의 거리에 있는 게 좋았다

어쩌다 고개 들어 너를 볼 때면

내 손이 네 얼굴을 만지고 싶어 했어

몸은 자꾸만 네게로 기울고

미처 피하지 못했을 널

내 마음과 같지 않을까

마음대로 상상하기도 했지


너랑 있고 싶어서 나가자고 했어

밤거리를 걸으면

우리 좀 더 가까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목적지 없이 골목을 돌고 돌고

취기는 가시는데

밤기운에,

곁에 두고도 만지지 못하는 애절함에, 빙글,

다시 취하고 취하고


더 걷다가는

네 손을 잡아버릴지도 몰라서

팔짱이라도 끼고

몸을 밀착시켜버릴지도 몰라서

어디서 좀 쉬고 싶다 말해버릴지도 몰라서

에그머니,


가던 길 우뚝 멈춰 서서는

가라, 했다

날씨도 추운데 얼른 가라, 했다


그리고는

밤 길을 걸었

네가 올 때까지

밤을 새워

인적 없는 산업도로를 걷고

고개 돌리지 않고

네 발걸음 소리를 기다리고


다행히,

집에 도착할 때까지

너는 없고

나만 있어


아무것도 아닌 우리 사이로

아무렇지 않게 다음날을

열 수 있었


너를 돌려보내야만

나는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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