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 너를 돌려보낸 건
자꾸만 네게로 내가 기우는 거야.. 그래서.
투명한 술잔을 칠 수 있을 만큼의 거리에 있는 게 좋았다
어쩌다 고개 들어 너를 볼 때면
내 손이 네 얼굴을 만지고 싶어 했어
몸은 자꾸만 네게로 기울고
미처 피하지 못했을 널
내 마음과 같지 않을까
마음대로 상상하기도 했지
너랑 있고 싶어서 나가자고 했어
밤거리를 걸으면
우리 좀 더 가까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목적지 없이 골목을 돌고 돌고
취기는 가시는데
밤기운에,
곁에 두고도 만지지 못하는 애절함에, 빙글,
다시 취하고 취하고
더 걷다가는
네 손을 잡아버릴지도 몰라서
팔짱이라도 끼고
몸을 밀착시켜버릴지도 몰라서
어디서 좀 쉬고 싶다 말해버릴지도 몰라서
에그머니,
가던 길 우뚝 멈춰 서서는
가라, 했다
날씨도 추운데 얼른 가라, 했다
그리고는
밤 길을 걸었어
네가 올 때까지
밤을 새워
인적 없는 산업도로를 걷고
고개 돌리지 않고
네 발걸음 소리를 기다리고
다행히,
집에 도착할 때까지
너는 없고
나만 있어
아무것도 아닌 우리 사이로
아무렇지 않게 다음날을
열 수 있었지
너를 돌려보내야만
나는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