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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Apr 11. 2024

임시보호

그게..


좀 맡아주시오 잠시만.

당신 방 창틀이나 커튼 사이나

키우는 화분의 한켠이나

책상 귀퉁이나

자주 읽지는 않으나 버리지 않을 책이나

침실 조명 같은

신경 쓰이지 않는 아무 곳이라도 좋으니

어디라도 데려가 무심히 놓아두면

소리도 내지 않고 눈에 띄지도 않고

잠자코 있을 테니 잠시 맡아줄 수 없겠소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놓아버릴 수도 없으니

積善하는 셈치

잠시 데리고 있어 주오

당신 신발끈이 좋겠소

같이 산책도 하고 말이오

달그락 바스락 당신 움직이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얌전한 고양이처럼 가만있을 테니

빨래통도 좋고 먼지 쌓인 책장도 좋고

주방 한구석이나 거실의 모퉁이나

제발 당신 곁 아무 곳에나 던져놓아 주시오

특별한 정성 쏟지 않아도 되니

좀 데리고 있어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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