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데 경계하다가
가을에 보자 유예하다가
하늘이 멀어질수록
차라리 잘 되었다 체념하다가
이제는
만나고 싶음으로
처녀처럼 몸을 씻고
너의 이름을 부른다
한 번의 터치
양 손목을 한 손에 잡힌 때의 의아함
그러나 결국
너의 손에 얌전히 올려진 두 손
내 얼굴을 어루만지던 그 짧은 온기가
나를 불러
누구의 이름을 먼저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 생각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마조히스트이거나
네가 훌륭한 사디스트이거나
모든 것을 오롯이 맡기겠다는 마음으로
오늘 밤이 지나면 나는
호기롭게 너의 이름을 부르겠지만
넌 이미 알고 있겠지,
영과 육을 모두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