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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Nov 10. 2019

무제

너의 이름을 부른다

안 되는데 경계하다가

가을에 보자 유예하다가

하늘이 멀어질수록

차라리 잘 되었다 체념하다가

이제는

만나고 싶음으로

처녀처럼 몸을 씻고

너의 이름을 부른다


한 번의 터치

양 손목을 한 손에 잡힌 때의 의아함

그러나 결국

너의 손에 얌전히 올려진 두 손

얼굴을 어루만지던 그 짧은 온기

나를 불러


누구의 이름을 먼저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 생각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마조히스트이거나

네가 훌륭한 사디스트이거나


모든 것을 오롯이 맡기겠다는 음으로

오늘 밤이 지나면 나는

호기롭게 너의 이름을 부르겠지만

넌 이미 알고 있겠지,

영과 육을 모두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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