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마치고 돌아가는 길
나른한 저녁 술을 먹고 싶은데
지금 마시면 나중에 운전을 못하니
대신
차에서 웅크려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듣고 있어요
세상의 모든 남자는 못 만나도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듣는 건 괜찮지 않겠어요
이스라엘 가수 Chava Alberstein이 부른
The Secret Garden 이 라디오에서 나오는 바람에
그냥, 취해버렸어요
오늘 밤도 어젯밤이나 그제 밤과 같다면
난 그냥 나가버릴래요
찡그려질 만큼 진하게 향수를 뿌리고
진해대로 창원대로를 달릴 거예요
신호가 있는 길을 달려야 해요
신호 없는 길은 위험해서
창문을 내리고
바람이 몸에 잘 닿을 수 있게 달릴 거예요
함께 신호 받아 나란히 선 옆 차 운전자는 놀랄 수 있겠지만
창문을 열게요
FLO가 골라준 1970년대 레트로 감성 포크 팝송을 들을 거지만
지금 내 귀에는 계속해서 Jewel의 노래가 흘러요.
이십 대 때 들었던 Foolish games.. You were meant for me.. 이런 노래요
바람에 가로수의 잎이 매우 흔들리네요
여러 잔 마셔야 겨우 취하는 술 말고
한 잔으로도 충분히 취하는 독주가 필요해요
밤 드라이브를 마치고 주차를 한 후에
차에서 술을 마실 거예요
가로등 불빛에 비치는 흔들리는 나무를 보면서요
거창한 밤의 계획을 안고
아직 울지 말자 이러면서 차에서 내릴 거예요.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