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계곡 건너편 언덕
감나무 밭길 끄트머리에 있던
천복다향 찻집 이층
가장 끝 방 가벽 뒤로
옆방 손님들의 수다는 들려와도
말소리 하나 없는 이쪽 방
바깥은 한여름
초록이 시퍼렇게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서늘한 땀방울 흐르고
끓인 물이 식을 때까지의 기다림
숨소리도 멎은 정적 속
찻잔으로 떨어지는
아슬하지만 분명한 물소리
넘치지 않게 조심하는 그 마음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은은한 차향
오래 또 깊이 들이마시며
허락되는 푸름이 입으로 몸으로 스미는
그 모든 과정에 의식을 두어
이 안에 흐르는 것과
그 안에 흐르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찻잔을 내려놓을 때의 아쉬움과
은근한 마음 다시 채워주는 다정함이
차방 가득 퍼지던 그때
한참 바라보던
찻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