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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Nov 24. 2019

엘리베이터 안에서

얼굴은 모르고 향기만 아는 그 남자 덕에

옷 깃 한 번 스치지 않고 주말을 보내는

편도 네 시간 주말부부

일요일 밤 남편 올려 보내고

워하고 젖은 머리에

짙은 와인색 립스틱만 바르고

노브라로 헐렁이는 반팔 티셔츠 하나 입은 채

분리 배출할 쓰레기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를,

-

진한 남자 스킨 향내가 가득 차 있더라

어느 집 남자가 집에 오는 길인가 집에서 나는 길인가 무심히 한 번 웃고 말았는데


다시 올라타 집에 가는 버튼을 누르려하니

아직도 그 남자가 기다리고 있어

엘리베이터 한쪽 구석에 기대 눈을 감고 한참을 섰다가

결국은 쪼그리고 앉아

불이 꺼지고

눈물 몇 줄 흘리고 난 다음

겨우 내릴 수 있었다더라


엘리베이터에 있던 그 향기

  채워

립스틱도 지우지 않은 채

침실로 뛰어 들어서는

때로는 깊게 때로는 얕게

끝까지 끝까지 뱉어내고는

얼굴은 모르고 향기만 아는 그 남자 품에 안겨

오랜만에 달콤한 잠에 들었다네


눈을 감아도 눈물은 그치지 않고 새어 나왔다 하더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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