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안에서
얼굴은 모르고 향기만 아는 그 남자 덕에
옷 깃 한 번 스치지 않고 주말을 보내는
편도 네 시간 주말부부
일요일 밤 남편 올려 보내고
샤워하고 젖은 머리에
짙은 와인색 립스틱만 바르고
노브라로 헐렁이는 반팔 티셔츠 하나 입은 채
분리 배출할 쓰레기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진한 남자 스킨 향내가 가득 차 있더라
어느 집 남자가 집에 오는 길인가 집에서 나서는 길인가 무심히 한 번 웃고 말았는데
다시 올라타 집에 가는 버튼을 누르려하니
아직도 그 남자가 기다리고 있어
엘리베이터 한쪽 구석에 기대 눈을 감고 한참을 섰다가
결국은 쪼그리고 앉아
불이 꺼지고
눈물 몇 줄 흘리고 난 다음
겨우 내릴 수 있었다더라
엘리베이터에 있던 그 향기
몸 깊숙이 채워
립스틱도 지우지 않은 채
침실로 뛰어 들어서는
때로는 깊게 때로는 얕게
끝까지 끝까지 뱉어내고는
얼굴은 모르고 향기만 아는 그 남자 품에 안겨
오랜만에 달콤한 잠에 들었다네
눈을 감아도 눈물은 그치지 않고 새어 나왔다 하더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