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끈하게 잘빠진 너를
조수석에 앉히고
밤을 달리며
우리의 밤을 상상해
아직 이룬 적 없는 우리의 처음이
어떨까
애써 기대를 잠재우며
덤덤한 듯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지만
먼저
너를
어루만지기도 전에
한 손으로 몸을 누르고
빠른 속도로 들어가서는
영롱하게 찰랑대는 소리에 몸을 떨어
겨우 한 번의 입맞춤에
몸은 녹아나고
시간을 잊는다
기대이상의 향이나
뒷 맛은 지독하도록 가벼워
쉽게 취했지만
아홉 살 연하 사관생도를 만날 때가 떠올라
깊이 없이
달콤하게 취하기만 했던 그때가
누나
사관생도들은 졸업할 때까지는 못하게 되어있어요
그게 교칙이에요 누나
진지하게 말하던 그 아이는 졸업하자 이내 결혼을 해서 지금은 세 아이의 아빠가 되어있다지
그만큼의 가벼운, 맛
다시는 너를 만나는 일이 없을 거야
누나가 이제 나이가 많아
한 번을 만나도
깊이 있기를 바라
깊은 곳에 들기를 바라
씻어지지 않는 여운이어야 살아갈 수 있는 나이가 되어버렸어
겨울이 되면 첫눈보다 머독이 생각나는 나이가 되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