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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Nov 27. 2019

무명 와인

미끈하게 잘빠진 너를

조수석에 앉히고

밤을 달리며

우리의 밤을 상상


아직 이룬 적 없는 우리의 처음이

애써 기대를 잠재우며

덤덤한 듯 현관문을 열고 들어지만


먼저

너를

어루만지기도 전에

한 손으로 몸을 누르고

빠른 속도로 들어가서는

영롱하게 찰랑대는 소리에 몸을


겨우 한 번의 입맞춤에

몸은 녹아나고

시간을 잊는다


기대이상의 향이나

뒷 맛은 지독하도록 가벼워

쉽게 취했지만

아홉 살 연하 사관생도를 만날 때가 떠올라

깊이 없이

달콤하게 취하기만 했던 그때가


누나

사관생도들은 졸업할 때까지는 못하게 되어있어요

그게 교칙이에요 누나

진지하게 말하던 그 아이는 졸업하자 이내 결혼 해서 지금은 세 아이의 아빠가 되어있다지


그만큼의 가벼운, 맛


다시는 너를 만나는 일이 없을 거야

누나가 이제 나이가 많아

한 번을 만나도

깊이 있기를 바라

깊은 곳에  들기를 바라

씻어지지 않는 여운이어야 살아갈 수 있는 나이가 되어버렸어


겨울이 되면 첫눈보다 머독이 생각나는 나이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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