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옛날의 사람들-선배들이 생각나는 때였다. 선배들이 보인 믿음, 신뢰, 응원, 바람, 격려 같은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이 무엇이었기에 이렇게 오랜 시간 한 인간이 좋은 사람이 되기를 지향하게 만드는 것일까. 나는 어떤 방식으로 돌려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하던 때였다.
폐관시간을 얼마 두지 않고 뛰어들어간 기당미술관 1층 전시실에 있던 기당의 형님 글씨다.
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노요 지마력 일구 견인심)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시간이 오래되어야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다.
스물을 앞둔 어린 나이였지만 선배들도 갓 제대한 어린 청년들이었다. 아직 사회로 나가기 이전의, 그러나 군대에서 일정한 사회를 경험한, 순수가 그득하던 그들의 눈빛을 기억한다. 건네는 말들이 모두 조심스러웠음을, 그러나 진심이 담겨있었음을,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가득했음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물론, 물론, 물론.... 이성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일부이거나 전부이더라도 상기의 모든 것들은 있는 그대로 진실했음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 마음들은 20년 넘도록 오랜 시간 나를 지탱해 온 가장 강력한 에너지였음을 최근 들어 자주 생각했다.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그들이, 어엿한 어른처럼 살아가고 있을 그 시절의 청년들이 누가 참말 고마워하고 있음은 알지 못하겠지만, 고비고비 잘 넘으며 순조롭게 살아가고 있기를 빌어본다.
인간과 인간사이의 굳은 신뢰가 애정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를 오래도록 알려주고 있는 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