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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기간 동안 우리는 꽤 친해졌다.

XM3

by Om asatoma

여행기간 동안 우리는 꽤 친해졌다.


만만히 본 것은 사실이다.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는 그저 어리고 젊은 남자일 뿐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 사이에 타협점은 존재하지 않았다. 무조건적으로 내가 그에게 맞추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유지될 수 있는 관계였다.


차체는 너무 높게 느껴졌고, 핸들링은 지나치게 미끈거리는 느낌이 나서 불안정했다. 타이어의 접지력도 약해(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바닥을 스치듯이 미끄러지는 듯한 주행감으로 더욱 불안감을 느꼈다. 나는 끈덕이게 꽉 움켜쥐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충격을 잘 흡수하라고 만든 장치인지는 모르겠으나 통통 튀어 오르는듯한 느낌은 어디로 튈지 모른 어린 그들을 생각나게 했다. 함께 하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주행 시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듯 외부에서 나는 소음이 꽤 컸고,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엔진이 쉽게 흥분하고 쉽게 가라앉는, 나는 잘 알지 못하지만 젊은 남자들을 닮은 게 아닌가 생각하면서 웃었다. 그래서 첫날은 공항에서 중문까지, 다시 중문에서 성산까지 바싹 긴장해서 달릴 수밖에 없었다. 다 늦게 이게 무슨 일이냐며 제주에서 2박 3일을 어린 남자 달래듯 여행을 다녀야겠냐며 혼자 생각했다.


그 덕분에 팔다리가 뭉친 채, 어깨도 뻐근한 채로 첫날밤을 보내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 거란 예상과 달리 새벽 눈이 떠졌고, 커튼을 젖히자 통창문 너머로 성산일출봉 옆 광치기해변 위로 일출이 보였다. 두 번째 날인 '숲의 날'은 전날보다 여유가 생겨 산길을 달리며 돌담 너머의 밭들이 보였고, 세 번째 날인 '바다의 날'은 동부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첫 만남 첫인상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으나 함께한 시간은 매우 즐거웠으며, 언제든 어디로든 내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밤시간 창문 열고 달릴 때 들리던 풀벌레소리에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며, 한 낮 무더위에도 바다색을 온전히 보고 싶다며 굳이 창문을 열고 달릴 때 뒷덜미로 흐르는 땀도 보았을 것이다. 비자림에서 비를 흠뻑 맞고 와서 옷을 갈아입을 때 속살도 보았을 것이고, 이른 새벽 용눈이 오름에 올랐으나 제초작업 중인 소음과 진동으로 오름 오르는 것을 이내 포기하고 내려왔을 때도 위로하며 백약이 오름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러나 가장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은 손으로 전해지던 그립감. 적당히 따뜻하고 다정하며 촉촉하던,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누구의 손 잡은 듯이, 스무 살 때 잡았던 열아홉 그 아이 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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