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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 asatoma Sep 13. 2024

2024년 9월 무중霧中

1
선선한 바람에 어울리는 파란 하늘과
초록과 어울리는 단풍물이 든 나뭇잎과
건조한 공기에 어울리는 길 위의 바스락 거림이
숨 막히는 더위를 상상할 수 없게 하는 한낮이다
이곳으로 걸어 들어오지 않은 이상
알 수 없을 무게가 있다

2
환하게 웃고 있던 스물의 여자
싱그러움과 온유함 위에
언뜻 보이는 쓸쓸함과 우수가
오히려 여자에게 생명력을 부여했다
짊어진 숙명은 보이지 않았다

3
더없이 환하게 웃는 여름이었다
가로수길 모퉁이 어느 찻집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책을 읽고 눈을 맞추고 음악을 듣던 평화로운 낮시간이 흘렀다
소나기가 내렸고 일몰의 시간이 왔다
별이 뜨는 시간에 맞추어 이별을 고했다
여자가 말한 이별은 오늘 하루의 이별이 아닌
어제와 내일에 대한 이별이었다

4
여름이 갈 곳 잃어 망연한 시간을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돌아갈 집이 사라진 것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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