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m asatoma
Sep 19. 2024
지인이 책을 출간했습니다. 건전하고 건강한, 교과서에 실려도 어색하지 않을 내용으로 출간했습니다. 동직종 현직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바쁜 사람일 그의 출간 소식이 적잖이 놀라웠습니다.
이것이 어떤 마음인지 출간 제안서에 응답이 온 출판사에 아무 말도 없이 뒤로 숨겨버린 그 원고를 다시 꺼내어 건전하지도 못하고 건강하지도 못한 원고를 다시 털어다가 내놓고 싶은 마음이 올라옵니다. 뒷골목에서 일탈을 하고 싶은 불온한 마음이.
멋진 글 한 편 나오기를 기다리기는 이미 텄고, 이미 봐 버린 정현종 시인이 젊은 날에 쓴 시집과 고두현 시인이 젊은 날에 쓴 시집이 떠올랐습니다. 숨 멎게 한 이성복의 아포리즘의 그 이성복 시인이 쓴 여러 권의 시집과 그 시집들이 각기 갖고 있는 색채의 다양함에서 스스로 얻고 싶어 하는 무모한 용기를 얻습니다.
글을 내놓지 않으면 그 글들을 썼던 나의 한때가 증발해 버릴 것 같은 위기감과 졸고에 대한 부끄러움을 만회하기 위해 더 정진하지 않을까 하는 스스로 딛고 갈 계단으로 여기겠다는 자기 합리화로 기어이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겠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다시 받아줄지 모르겠지만, 마음을 정리해 어느 날 무엇에 취한 듯이 공손히 메일을 보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