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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review

카페 델 꼬또네 북촌계동점

by Om asatoma


1. 에스프레소 _인센소


서울 남자와 키스하면 이런 맛일까 했다.

한 모금하고 몸에 전율이 돋았다.

탄성을 지를 뻔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과 예상하지 못한 시간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여운 길지 않게 짧고 산뜻하게, 다음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강렬하게.


하루의 일정이 강행군이라 지쳐있었다.

북촌 한옥마을 쉼터에서 삼십여분 이상을 쉬어야만 했던, 너무 힘들에 집에 가기도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에 에스프레소를 마시러 온 여자'이으므로,

카페 델 꼬또네로 향했다.


기본, 기본이 중요하므로 에스프레소를,

리프레쉬가 필요해 신맛으로 부탁했다.


앞에 놓인 에스프레소는 그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천상의 맛.


카페를 나가 걷는데 해 질 녘 거리가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 없었다. 피로가 모두 가신, 새롭게 태어난 것 같은.


멋진 표현이 있으면 좋겠는데

짜르르 찌리리 쯔르르

말 그대로의 전율이 온 몸에.

에스프레소_인센소




2. 에스프레소 라파나


몸의 모든 세포가 깨어나는 듯한 그 전율을 잊지 못하고

식사 후에 다시 찾았다.

식후라 크림이 올려진 꼰빠냐가 필요했다.

이 거리의 여러 카페를 지인들이 추천해 주었지만

이 동네를 떠나기 전에 이 카페를 다시 찾지 않고는 후회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에스프레소 스트라파짜또를 주문했다가

아무래도 설탕이 섞인 에스프레소가 내키지 않아

크림이 올려진 에스프레소 라파나로.


해가 지고

공기가 식고

떠나야 하는 일만 남아있으므로

크림이라도 필요했다.


처음엔 크림의 달콤함이 갑작스럽게 밀려왔지만

크림아래 에스프레소가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재회의 기쁨이 있는 에스프레소 라파나!


연하남의 달콤함과 응석이 있다.

에스프레소 라파나



3. 에스프레소 스트라파짜또


오늘의 나를 가엽게 여기신

더 이상 열정을 따라갈만한 체력이 있지 않음_나이 듦에

쓸쓸해하는 나를 가엽게 여기신

하늘이 내린 에스프레소 스트라파짜또.


처음 마신 에스프레소가 전율 돋게 했다면

이번엔 눈물이 왈칵 쏟아지게 했다.

정말 눈물이었다.


낮에 성파스님의 어느 작품 앞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갑작스레 터져 나오는 울음 같은 것이었다.


에스프레소 스트라파짜또는

강하게,

아주 강하게 끌어안아주는

남자였다.

본인 앞에서는

어떤 주저함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념이 그득한,

그의 눈길이 닿는 순간은

세상의 모든 불안과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겠다는.

악력이 굉장한

그러나 안락한

굳은

곧은

흔들림 없는

직선의

의심 없이 따를 수밖에 없는 눈빛.


강한 남자 그 자체.

에스프레소 스트라파짜또


+

남자를 나눠 갖는 건 싫지만

에스프레소는 얼마든지.



+

그는

어딘가 익숙한 모습과 음성이었지만

다시 볼 일이 없을 것이며

나를 기억하지는 더더욱 못할 것이라며


진해여자의 존재를..


완벽히 잊어주시기를...()...




당신의 커피는 완벽했습니다.

내게 완전한 하루를 선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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