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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 asatoma Oct 21. 2024

정말 몰랐을까

정말 모르고 표를 던졌나.

몰랐을까, 정말 몰랐을까

정말 몰라서 그랬을까


容 아홉 가지 모습

율곡 선생의 격몽요결에 나오는 말로 군자가 몸가짐을 단정히 할 때 취해야 하는 자세라고 하지만, 

반대로 다음과 같은 아홉 가지의 모습을 보고 그 사람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重 발 족, 모양 용, 무거울 중

경거(輕擧)하지 않는다.

발을 두는 모습을 보라. 삼가 조심히 두는가.

발을 두는 모습이다. 앉아있을 때이나 서 있을 때, 발을 가지런히 두라는 말이다. 

무게중심을 한쪽발에 두지 말고, 양 발로 균형감 있게 서 있야 한다. 

앉아있을 때도 다리를 벌리거나 꼬지 않고 가지런하게 두어야 한다. 

그 사람을 볼 때 발을 어떻게 두는지 잘 보라는 말일 것이다. 

보통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구용에서 첫 번째 항목으로 발가짐을 든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가장 눈에 띄지 않는 부분부터 살피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恭 손 수, 모양 용, 공손할 공

단정하여 망동(妄動)하지 않는다.

손을 두는 모습을 보라. 공손한가.

손을 두는 모습이다. 아홉 가지 몸가짐을 말하면서 발끝과 손끝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몸에서 가장 먼 곳부터, 지엽으로 생각하고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도 살피라는 뜻일 것이다.

손을 공손히 두라는 항목이다. 손끝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에 따라서도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그 사람의 사람됨 역시도 손끝과 발끝에서 알 수 있다.


[端 눈 목, 모양 용, 단정할 단]

정면을 바로보고 곁눈질을 하지 않는다.

눈빛은 어떠한가. 단정한가. 

눈빛이다. 눈빛이 단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정한 대상이나 사물을 볼 때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응시하지 않을 때에도 눈빛이 흔들려서는 안 되고, 단정하게 바라보라는 뜻이다. 백안시하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하겠으나 눈동자의 움직임뿐만이 아니라 그 눈빛에 서린 그 사람의 정기도 함께 보라는 뜻이다. 눈동자를 뜻하는 한자(睛, 눈동자 정)에 푸를 청자가 든 것이 우연이 아니라 본다. 신체적 건강상태에 따라서도, 마음에 무엇이 들어 있는 가에 따라서도 눈빛이 달라진다. 그 사람의 눈빛을 잘 살피면 그가 어떠한 생을 살아왔으며,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도 알 수 있다. 

 

[止 입 구, 모양 용, 그칠 지

필요하지 않을 때는 입을 다문다.

입은 다물고 있어야 한다. 단지 입을 벌리고 있지 않음을 의미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힘으로 입술을 꼭 다물고 있는지, 입꼬리는 어떤 모습인지도 살펴야 한다는 뜻일 거다. 필요 없는 말을 지나치게 하지 않으며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상황에 따라 그칠 때를 알아야 한다. 말을 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이 우선이기에 그칠 지자를 써서 입을 다물고 있는 모습이 먼저임을 나타낸 듯하다. 많은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 마디를 해도 말에 힘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말에 힘이 있기 위해서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신뢰가 우선이다. 그 신뢰는 사리에 맞는 말과 행동으로 쌓을 수 있다. 입으로 내는 것이 짐승의 소리와 다른 사람의 말이 될 수 있도록 수행에 정진해야 할 것이다.


[靜 소리 성, 모양 용, 고요할 정

목소리를 가다듬고 기침·재채기 등 잡소리를 내지 않는다.

음성은 고요한가.

음성이 고요해야 한다. 해야 하는 말이 있다면 이제 입을 벌려 말을 할 차례다. 입으로 내는 말할 때의 소리가 음성이다. 이 음성은 목에서만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몸을 이용해서 나오는 소리인데, 여기에는 마음의 상태가 드러난다. 심리상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수행정도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발화 대상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타인에 대한 존중 정도 또한 알 수 있다. 타고난 목소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음성을 가다듬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로 향하는 길을 닦는 것과 같다. 내 집 대문으로 오는 길을 내고, 잡초를 뽑고, 돌부리를 걷어내고, 여유가 된다면 길가에 화초를 심는 모든 일을 말한다. 음성을 가다듬는 것은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과 같다. 내가 얼마나 당신을 기다렸는지, 나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함께 담기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닦아지는 것이 아니기에 더 오랜 시간 준비해야 한다. 나오는 대로의 소리를 뱉는 것은 타인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이다. 


[直 머리 두, 모양 용, 곧을 직] 

고개를 똑바로 하여 한편으로 기울지 않도록 한다.

고개를 두는 모습은 곧은가.

심연의 정신이 나이기도, 하고 나의 몸이 나이기도 하고, 나의 생각이 나이기도 하듯이 나의 눈코입의 생김 역시 나이다. 나의 눈코입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머리를 바로 세워야 한다. 한쪽으로 기운 눈으로는 세상을 기울게 볼 수밖에 없고, 고개가 기울어 입이 기우는 것은 성대와 기도 역시 함께 기울기 때문에 숨을 쉬기도 불편하며 목소리를 내기도 불편해진다. 나와 세상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기관들이 얼굴에 있으며, 그 얼굴을 바르게 위치시켜 주는 것이 머리의 역할이다. 


[肅 기운 기, 모양 용, 엄숙할 숙

호흡을 조절하여 엄숙한 태도를 견지한다.

호흡은 어떠한가. 엄숙한가.

호흡은 한 인간의 역사이다. 지나온 생과 현재의 삶이 함께 담겨있다. 호흡을 통해 어떠한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는지를 알 수 있다. 호흡의 빈도와 깊이를 통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호흡이 거친 사람을 가까이하기에는 안전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편안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호흡을 통해 자기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도 있고 마찬가지로 관계를 맺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조절할 수 있다. 대기의 움직임이 바람으로 나타나듯 한 사람의 감정의 동요는 호흡에 드러난다. 호흡에는 자신의 생을 대하는 자세가 나타난다. 


[德 설 립, 모양 용, 덕 덕

중립불의()하여 점잖은 태도를 갖는다.

서있는 모습은 어떠한가. 덕스러운가.

서 있는 모습이 덕스러워야 한다. 관계 속의 처세라기보다는 몸가짐에 관한 항목이므로 눈에 보이는 몸가짐 그 자체를 말한다. 이때의 섬은 두 발로 땅을 딛고 허리를 펴 오장육부를 훤히 펴고 어깨를 펼치고 턱은 조금 당긴 채로 서 있음이다. 팔을 앞뒤로 흔들고 몸을 건들거린다던가 어깨를 늘어뜨리고 고개를 숙인다던가 반대로 산짐승처럼 어깨를 지나치게 펴고 으스대는 모습이 아니라 상대가 어떠한 사람이건 그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우러나오는 몸가짐, 자신의 생에 부끄러움이 없는 채로 올곧게 살아온 생이 그대로 드러나는 몸가짐이어야 할 것이다. 


[莊 빛 색, 모양 용, 엄숙할 장

안색을 정제하고 태만한 기색을 나타내지 않는다.  

낯빛은 어떠한가. 장엄한가.

안색은 얼굴 빛깔이다. 피부의 색뿐만 아니라 표정까지도 포함한다. 혈류의 흐름에 따라 낯빛은 바뀔 수 있는데, 작은 일에 쉽게 흥분하면 피부의 색이 쉽게 붉어진다. 결국은 마음을 잘 다스려 고요한 호수와 같은 낯빛을 가지라는 말이다. 바람에 나부끼는 티끌과 같이 작은 바람에도 여기저기 흩어짐을 반복하지 말고, 태산과 같이 큰 바위와 같이 한결같음으로 안정을 줄 수 있는 얼굴빛을 가지라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깊은 수행이 먼저 되어야 할 것이다. 



2001년부터 한문과목이 없어져서 학생들이 평-생 학교에서 한자를 배우지 않는 이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선택과목이기 때문에 초중고 다니는 동안 한자를 한 번도 배우지 못하는 학생이 실제로 많다고 함.)


외모로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을 곡해해서

그 사람의 눈빛과 몸가짐을 보고도 그가 어떤 부류의, 어떤 인성을 가진, 어떤 삶을 살아온 사람인지

뻔히 보이면서 눈감아서 그런가,


몰라서 그랬을까

그 사람의 발, 손, 눈빛, 입, 음성, 머리, 호흡, 몸가짐, 낯빛..

과연 정말 몰라서 그랬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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