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m asatoma Dec 23. 2024
친구.
시 경계 너머에 사는 친구를 일 년 만에 만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헤어져
각자의 차에 탔는데,
차에 오르는 순간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이야기한 모든 것들이
실은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님을 알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들어주고 있는 친구가
마음 아파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 있어주는 것을 보다가
어쩌면 친구도 차에 타서는
안쓰러움이 밀려와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므로
어떤 미안함과 어떤 고마움에
그리고 그냥
그리고 일 년이 흘러도 나아지지 않은 여러 상황들에
그리고 가감 없이 말하다 보니 내가 있는 자리를 직시하게 되어서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눈물이 뜨겁게 쏟아졌습니다
하필이면 오늘 아침 구글 포도 알림에 뜬 5년 전 사진에서
입고 있던 옷을 입고 외출하게 되어서
또 그게 하필 니트 투피스라서
턱을 괴고 친구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을 때
소매 부분의 보푸라기들도 귀를 쫑긋 세우고 이야기를 들어서
친구의 마음이 더 좋지 않았을 겁니다
나를 너무 잘 아는,
몰랐으면 하는 것들도 징그럽게도 잘 아는,
기쁨을 순전한 기쁨으로 슬픔을 순전한 슬픔으로
나누는 친구가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그리고 친구가 잘 살아서 정말 좋습니다
다음에 볼 때까지
나도 잘 살아보겠노라고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다음에 볼 때는
친구의 걱정을 조금 덜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상황으로 친구를 환하게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도 집에 올라갈 수가 없네요.
시시한 영상을 몇 개 넘겨보다가
한 세계를 건너온 것 같은 얼굴이 되면
차에서 내려야겠어요.
기쁨만 나누어주고 싶은 친구에게
기쁨만 줄 수 있게
다시, 잘 살아봐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