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하고 남루한 사랑만 하다가
꼭 닮은 글을 보니 우습고 민망하다
살아온 삶의 모습과 내가 한 사랑이 그러하듯
자기 안에 갇혀 주변은 볼 줄 모르는 옹색함이
문장 속에 그대로 흘러서
괴롭다
가다가 멈추고 하다가 말고 그 너머가 없는
대자연 속에 오도카니 서서 발끝만 바라보는
언젠가 고개 들어 둘러보았을 때의 경탄이 기다려지는 것이 아니라
밀려오고 말 허무와 낭패감과 좌절과 무상함이 두려워
더더 고개 숙이고 눈을 질끈 감고 마는 어쩔 수 없는 이 어리숙함이여
딛고 있는 곳이 절벽일지라도 두 발 놓일 곳이 있음에 감사하지만
고개 들어보면 얼마나 깎아지른 절벽인지 통하는 길 하나 없는지
시선 닿는 곳 어디에도 생명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지만 확인하게 될까 봐
차마 고개 돌리지 못하는 이 가련함이여
모두가 어디에선가 이와 같이 고립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사는 것이 좋을지
새소리와 햇살 가득 퍼지는 비옥한 평원의 존재를 아는 것이 좋을지
어떠한 판단도 유보한 채 눈 감고 멀리서 들리는 바람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