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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by Om asatoma

허용할 수 있는 최고의 사치는 뜨거운 커피


우아하고 격조 높고 단정하고 청아한

우리 선생님 질겁하시는 표현인 줄 알면서

내장을 게우고 죽어가는 흰개미처럼 이라거나

장미는 살점을 뜯다가 눈 속에 갇힌다는 표현을

쓰고야 말았다


너덜한 옷들을 모아둔 뭉치를 버리겠다고 마음먹고도 수년간 쌓아 두는 것이나

습기 올라오는 방에 있던 곰팡이 냄새와 담배냄새 배인 이불을 버리려고 차에 싣고 내려왔으나 계절이 넘을 때까지 여전히 차 트렁크에 넣어두고 싣고 다니는 것이나

좀처럼 그런 일이 없지만 옷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들면 운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걸칠 생각을 없애기 위해 옷을 최대한으로 벗는 수영장에 간다거나

부러 커피를 조금 남겨 다 식은 커피를 마시면서 식은 커피도 과분하다 여기는 것이나

뭐 그런 습성을 버려야

얼마나 더 비장하고 처참한 표현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될 텐데


이렇게 버티고는 있으나

자꾸 자꾸만 선생님 계신 쪽으로 끌어당겨주시니 이제 막 경계에까지는 접어들어

어떤 환상으로 그동안의 존재성을 뒤덮으려 하고 있다

종교처럼, 종교처럼, 전혀 다른 세상을 앞에 두고

되돌아갈 것인가, 걸음을 뗄 것인가

내딛어보면 결국 그곳도 이곳과 다르지 않을 것인가

悲壯함 없이도 존재는 허물어지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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