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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생 다녀가시다

by Om asatoma

이 겨울에 배 타고 거제 바다 갔다가 감성돔 두 마리 잡아 한 마리는 잡지 못한 옆엣 사람 주고 한 마리 가져오셨는데 잡아 올리는 순간 손자 생각이 났다고 우리 집으로 오셔서 아이스박스 열어보니 어선생께서 덕스럽게 누워계시기에 참 귀한 손님이 우리 집에 오셨구나 싶었는데


도마에 올리고 보니 몸길이가 도마보다 크고 두께도 상당하여 큰 언덕같이 복스럽게 계시며 날뛰지도 않고 숨 쉬는 아가미 열리는 속도도 안정적이고 힘이 있으며 입을 벌리고 무어라 무어라 말씀을 하시는 듯했으나 알아들을 수 없었고 눈빛은 단정하여 전혀 슬퍼 보이지도 초라해 보이지도 않았으나


나는 왜 그 순간 차 타고 오분이면 바다인 집에 살고 있으면서 차마 아이고 어머님 아버님 우리 어선생을 놓아주십시다 말씀드리지 못하는 것이 죄스러워 어선생 눈을 맞추기가 송구하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깊은 바닷속에서 살아오셨을 어선생과 한참 눈 맞추고 있자니 괜찮다고 마음 쓰지 말라고 오히려 내 마음 다독여주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 인자함에 절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게 되었으니


비늘 긁는 소리에도 내 몸 일부분이 칼로 긁히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느껴져 안방 안에 있는 드레스룸 안에 있는 욕실 안에 들어가 문을 닫고 닫고 닫고 기도하듯 손 모으고 기다리다가 우리 어머님 칼이 성치 않다 무딘 칼로 어떻게 살림을 하느냐고 숫돌 찾는 것이 아니라 며느라기 찾는 듯한 음성에 잔뜩 어깨 움츠리고 주방으로 달려 나갔더니 저걸 보라며 칼집 내고 소금을 쳤는데도 아가미가 뛰고 있다고 천진한 말씀 하시는 동안 바다에서 일생 살아온 어선생 다음 생에는 저 산의 큰 나무 되시라 기원하며 산을 향해 난 주방 창문 조금 열었더니 창 밖에는 조금 전에 본 어선생의 눈이 하늘에 떠 계시기에


미워마시라고 원망 마시라고 이제 여든 되시는 두 어른 그저 열 살 먹은 손자가 좋아하는 생선이라는 생각만으로 바다로부터 나의 주방까지 달려오셨으니 그 마음만 생각해 달라며 빌고 빌고 우리 어머님 아버님 손주 생각하는 마음 잊지 않고 동행한 낚시 일행이 고기잡지 못한 마음 헤아려 아버님 잡으신 물고기 나누어주신 그 마음 배우고 생선 손질하는 것 보는 것도 듣는 것도 힘들어 가장 멀고 깊은 곳으로 내 빼버린 며느라기에게 불편한 기색 내비치지도 않으시는 우리 어머님의 마음도 배우고 우리 어머님 아버님 영원히 모시는 동안 어선생의 덕도 그 눈도 함께 기억하겠으니 뭍 어느 곳으로 가서 마지막을 보내는 것보다 차가운 바닷속에서 어느 바다동물에 먹히는 것보다 그래도 이 집이어서 당신의 숨 거두심을 깊이 추모하며 감사를 깊이 새기겠노라 다짐하는 한 여자와 만났음을 그나마 행으로 여겨주시라 빌고 빌지만


함께 눈 맞추고 있는 짧은 동안 어선생의 생을 보았으며 입을 움직이며 하는 말에 귀 기울이며 하나의 생과 만나는 어느 지점이 있었으니 오늘 밤에도 주방 창 열어 보면 아마 어선생 떠나지 못하고 하늘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을 거라 덕스럽게 담담하게 원망도 없이 미련도 없이 제 생을 받아들이던 그 눈을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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