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축제 속에 있는 남자 시인의 시집 옆에 새벽에 생각하는 여성 시인의 시집을 합방시키듯 얄궂게 꽂아놓고 며칠을 노려보고 있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래 꺼내어 보았더니 마치 사랑의 행위를 위한 사랑처럼, 마음은 어디 다른 데 두고 와 원형 테이블 건너편에서 선보고 있는 사람처럼 말장난 같이만 느껴져 옷을 차려입고 화장하고 나간 수고가 아깝다고 느낄 지경이었는데
테이블 위로 이연주 시인의 매음녀를 펼쳐주시기에 스크롤하여 그 아래 시평을 읽다가 시보다 시평에 마음을 빼앗겼는데 시와 시인에 대해 따뜻하게 서늘하며 어딘가 예리한 곳이 있고 군더더기 없이 표현해 놓은 것이 이 글을 쓴 사람이 정말 잘난 여자 같은 느낌이 들어 시평 쓴 여자의 이름을 기억했다가 네이버 인물 검색을 해 보았더니
프랑스 어느 대학도 나오고 어디 대학 교수에다가 시를 쓰기도 하고 번역도 하는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제목과 표지는 익히 보아 알고 있는 한 때 베스트셀러였던 책을 번역한 여자였는데 그 미모가 뛰어나 더욱 집중하여 그 여자에 대해 알아보다가
어느 정치인에 대해 똥통이라 했던가 돌탱이라 했던가 깡패라 했던가 흉물이라 했던가 지적이고 미모도 빼어난 교수가 뭐 이렇게 정치를 시적으로 표현했는지 그 거침없음에 경의를 표하다가 현암사에서 펴낸 책의 역자이기에 밑줄 그으며 읽을 만한 책으로 보여 책을 주문하고 옆에서 치근덕대고 싶어져도 그럴만한 주제가 되지 못해 이내 그럴 마음은 접었지만
같은 시대를 살고 있음이 영광이라 그 여자의 글을 조금 더 읽은 후에 팬레터를 쓰고 싶어 심장이 발랑발랑 거리고 있는 을사년 벽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