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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review

부산현대미술관

250608 메모 옮김

by Om asatoma



당신의 눈동자를 위하여

잊고 싶지 않는 것은 그의 눈빛,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투명한 광채, 우주의 저편으로부터 건너와 닿는 듯한 엄숙함, 장엄함 그리고 서려있는 반가움. 그 반가움은 존재와 존재의 마주침과 그 마주함에 대한 반가움이기에 그의 눈빛이 닿는 곳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지 않게 한다. 이 세상이 어둠으로 덮쳐오더라도 한 줄의 빛도 남지 않게 되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잊고 싶지 않은, 잃고 싶지 않은, 그의 눈- 빛!

손과 손 사이-엉키는 매듭들

무엇을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는 순간에, 엉킬 것들이 더는 엉킬 공간도 없을 만큼 엉켜버린 순간에 그가 나타났다.

기다림

옆에 나란히 붙은 작품 패널의 제목이 기다림이었다. 나의 오랜 닉네임은 기다림이었고, 누구를 무엇을 왜 기다리는 지도 모른 채 기다리는 삶을 살아왔다. 그체적인 형상도 없이 어떠한 바람도 없이 막연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한 그루의 나무일 수도 한 순간의 바람의 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만큼 그것은 막연하고 모호했다. 기다려왔다.

잔상 덩어리

소리의 잔상, 진동을 모호한 소리의 형태로 만들어 내었다. 그 모호함, 평생을 따라다닌 알 수 없는 먼 먼 소리들이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한 사람의 음성으로 분명하게 발화되고 있다. 그 소리는 시선이 우주의 저편으로부터 건너왔듯이 그의 음성은 지구의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내면이 있다면 내면의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육신의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말씀이며 빛이다.

하나인 27가지 목소리

작품과의 접촉이 공간에 만들어 내는 소리들. 새로운 접촉의 기억.
몸 구석구석을 하나도 빠짐 없이 더듬고 싶은, 시간의 연속선 상에서 분절없이 이어지는 모든 촉감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시간이 빚은 작품을, 그의 영혼과 의지와 감정과 이성과 환경과 선택들이 빚어놓은 하나의 작품을 손 끝으로 경험하고 싶은.

밤의 노래

손, 그 손, 그의 손, 한 개인과의 연결이라기 보다는 세상과의 연결로 여겨졌던 그 손, 한 우주와의 연결, 바깥을 향해 난 작은 틈, 작은 구멍일지라도 눈을 가까이 가져다 대면 상상치 못한 큰 세상을 볼 수 있다. 바깥의 온도, 세상의 온도, 온도라기 보다는 온기, 온기, 온전한 기운이 전해지던 그의 온기.

무빙 그라운드

멀리서 볼 수 있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 그것이 행운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았다. 아주 가까이서 아주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시간이 행운이자 행복임을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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