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올 때마다 드는 생각은
단지 서울의 생활 편의성이 뛰어나다거나
문화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선진화를 이루고 있음이 부럽다기보다,
내가 사는 지역은 왜 안 되는가 하는 점에 머물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내가 사랑하는 이 지역을
이렇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생각을 깊이 하게 된다.
일단, 인구가 많아야 한다.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교육 환경이 좋아야 한다.
일자리가 있어야 사람이 모이지만, 교육 환경이 좋지 않으면서 일자리만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만 평일에 근무하고 주말에 떠나게 되고, 가족단위로 이주하지 않는다. 지역에 활기가 있으려면 일단 사람을 모아야 한다.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지역을 활기차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을 정말 깜짝 놀랄 만큼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고 싶다.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
1. 교통
현재, 교통 환경이 아주 잘 갖추어져서
고속도로로의 진입도 편리해졌고, KTX역까지 20분 내외,
공항까지도 40분 내외로 외부로 향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하면서도 진입 시간이 짧아졌다.
2. 일자리
인근에 공단이 있다. 기존 있던 ㄴㅅ공단까지는 거리가 조금 있었으나, 쿠팡과 마켓컬리등의 물류센터가 들어서고, 그 부근의 ㅈㅅ산업단지와 현재 개발 중인 산업단지까지, 일자리가 많다.
3. 아파트 단지 건설로 인구 수용 가능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서고 있다. 기존에는 고도제한 등으로 개발이 되지 못했던 땅에 브랜드의 대단지 아파트 단지가 섰고, 최근 그 주변으로 아파트 단지들이 공사 중에 있다.
4. 규모가 크지 않다.
지역의 규모가 적당하다. 너무 넓지도 않고, 너무 좁지도 않다.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에 너무나 훌륭한 지역공간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만큼의 밀집도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이동거리가 너무 먼 경우, 그 사이에 사람들이 넓게 산포 되어 거주할 경우, 인프라 조성에 애로사항이 있다. 인구의 밀집도 역시 이야기가 흐르는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에 적당하다.
5. 역사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때부터의 삶의 터전이었으며, 임진왜란의 흔적, 일제강점기의 흔적 모두 갖추고 있다. 역사 관련 지역의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문화적 토대를 다져나가기에 충분히 훌륭한 바탕이 있다.
6. 문화
이 지역 출신의 문인들, 예술인들이 있다. 이 지역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더라도 이 지역은 한때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들어 사교활동을 하던 상징적인 명소가 있다. 애석하게도 보존과 유지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글을 쓴 작가들, 화가들, 지역 출신의 유명인들이 있다.
7. 자연
산과 바다가 이보다 잘 어우러진 곳이 있을까, 그리고 그 안에 깃들어 터를 잡고 있는 정도가 이와 같이 조화로운 곳이 있을까 싶다. 아름다운 곳이다. 인근의 공간과 분리되어 있어 생활환경에 유해한 산업환경이 있지는 않다. 한때는 있었지만 현대는 아니다.
8. 기후
지형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름에는 덥지 않고, 겨울에는 춥지 않다. 태풍이 와도 비켜가는 곳이다. 많은 배들의 피항처이기도 하다. 크게 파도치지 않는 호수 같은 바다를 가지고 있다.
이제 이 모든 것을 아울러 지역의 행정을 펼치고, 제반 시설들을 만들어갈 자본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선택이 필요하다. 지역민들의 바람 만으로 지역이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지역민이 모여서 지역의 활성화를 외쳐 보았자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자본, 자본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이 지역의 매력을 어필하며 투자를 유치해와야 한다. 유치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거대 자본을 가지고 있는 또는, 거대 자본을 운영할 수 있는, 그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구군가의 마음을 움직여야 가능하다.
그리고, 나와 같이 지역에 대한 애정과 그 가능성을 보는, 함께 그림을 그리고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을 발탁해야 한다. 어떤 역할로 쓰든 나 같은 사람을 알아보고, 쓸 수 있어야 한다.
이 지역에는 이미 충분한 '이야기'들이 있다.
이를 잘 엮어내고, 앞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하게 모으기 시작한다면, 그 끝에 살기 좋은 동네, 살기 좋은 지역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미지화가 필요하다.
그 지역 사람들은 순하다, 아이들을 키우기가 좋다, 마음에 여유가 있다, 인사를 잘한다, 사람들의 수준이 높다, 교육시키기 좋은 도시이다, 나이 든 사람들이 살아가기 좋다, 따뜻하다....
이 지역 출신의 여자들이 예쁘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들었고, 신기하게도 이후로 계속해서 그 인상이 남아있다. 이 지역을 정의할 수 있는 단 한 줄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지역의 발전을 바라는,
누군가들이 모여서,
굳은 의지로,
진심으로,
추진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지역의 발전을 추진하는 모임이 있는 것도 같은데
정치적 진출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집단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나를 알아보고 영입하기를 바란다는,
이런 기고만장한 어이없는 생각을 굳이 브런치에 남긴다.
형님네에서 대치 학원가까지의 거리이다.
15키로.
아주아주, 아주 먼 거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저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거리에 건물도 많고 사람도 많고 차도 많다.
나는 저 거리에 있는 직장으로 매일 출퇴근을 한다.
하지만 가는 길에 신호는 얼마 없고
건물도 거의 없고
다니는 사람도 없다.
직장이 멀다고 느낀 적도 없으며
오히려 가까운 곳에 있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
서울에는 저만큼의 거리 않에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만
나의 출퇴근 길에 이야긴 존재하지 않는다.
아파트를 짓다가 회사가 부도나서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 단지 정도가 이야기라면 이야기일 것이다.
출퇴근길 사이에 학교도 얼마없다.
중학교 두곳, 고등학교 하나가 있다.
그것도 길가가 아니라 저만큼의 반경을 생각했을 때.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
서울도 크기는 크지 않은데
왜이렇게 거대하게만 느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