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여는 장례식 이후 죽음을 준비하는 삶의 기술
운곡 김정익
1. 두려움 대신, 마주함으로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서 사람들은 걸음을 멈춘다.
그 단어를 입에 올리면,
어둠이 성큼 다가올 것처럼 두려워한다.
하지만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두려움 속에 웅크리는 일이 아니라,
삶의 깊은 물결을 마주하며
그 흐름을 더 단단히 붙드는 일이다.
언젠가 다가올 마지막 순간,
조용히, 그러나 당당히 걸어가기 위해,
지금, 우리는 죽음을 마주할 용기를 내야 한다.
2. 첫 번째 기술: 관계를 가꾸는 시간
삶은 사람과 사람 사이로 엮인 이야기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종종 가장 소중한 인연을 잊고 지나친다.
떠나기 전, 마음을 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고마웠던 이에게는 따뜻한 감사의 말을,
서운했던 이에게는 부드러운 용서를,
그리고 오래 미뤄둔 이별의 인사를 건네자.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맑게 씻어주고,
남은 날들을 가볍고 따스하게 채워줄 것이다.
3. 두 번째 기술: 나만의 ‘작별 기록’ 남기기
죽음은 몸이 떠나는 순간일 뿐,
마음과 기억은 오래도록 남는다.
사진 한 장, 손 글씨로 적은 짧은 메모,
혹은 부드럽게 녹음된 한마디.
이 모든 것이 남겨진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언젠가 나는 기록하고 싶다.
내가 사랑했던 부산 바다의 냄새,
내 곁을 지켜준 이들의 미소,
그리고 세상에 남기고픈 한 줄의 문장을.
그 기록들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음을
가장 섬세하고 따뜻한 증거로 남을 것이다.
4. 세 번째 기술: 마음의 유산을 물려주기
물질은 바람처럼 흩어지지만,
마음의 유산은 세대를 이어 흐른다.
자식에게, 제자에게, 그리고 후배에게
물려줄 가장 값진 선물은
돈이나 소유물이 아닌, 삶을 대하는 태도다.
정직과 겸손,
사랑과 감사.
그런 마음의 씨앗은
그들의 삶을 더 풍요롭고 빛나게 할 것이다.
5. 마지막처럼, 그러나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아라’는 말에는
조급함과 무게가 묻어난다.
하지만 ‘처음처럼 살아라’는 말에는
햇살 같은 설렘이 깃든다.
오늘 하루를,
마치 처음 열어보는 선물처럼 기대하며 시작하자.
그 마음이라면,
떠나는 순간에도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마치며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삶을 더 깊이, 더 따뜻하게 빚는 일이다.
언젠가 마지막 길목에 서서,
“나는 충실히 살았다.
이제 가볍게 떠날 준비가 됐다.”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짓는 나를 꿈꾼다.
그리고 그 미소가,
내가 사랑했던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기는 작은 선물이 되길 바란다.
-운곡-
운곡의 살아서 여는 장례식의 연재를 3편에서 마칩니다.-
운곡 김정익
긴 세월의 내공을 껴안고, 삶의 무늬를 또 다른 언어로 그려 내려고 고민합니다. 가슴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지나온 날들의 바람 소리, 잊히지 않는 얼굴들, 그리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질문들을 물결로 엮어 실개천에 조용히 흘려보내고 싶습니다.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한 줄한 줄의 문장들이 바람처럼 스치고, 별빛처럼 가슴 깊은 곳에 내려앉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