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는 말없이 다가와
여름의 등을 떠민다.
햇살은 여전히 눈부시고
들녘의 풀잎은 푸름을 잃지 않았으나,
바람은 이미 서늘한 결을 띠며
가을의 냄새를 실어 온다.
나는 머물고 싶다.
한여름의 뜨거운 숨결 속에,
숨 가쁘게 흐르던 시간과
그 속에서 깃든 생명의 기운 속에.
그러나 계절은 묻지 않는다.
풀잎을 숙이게 하고
매미의 합창을 거두어 간다.
귀뚜라미의 울음이 들려오고
하늘은 한층 높아져
새로운 계절의 서막을 연다.
멈추지 않는 시간의
냉정한 흐름은 순응을 강요한다.
그럼에도 내 마음은
여름의 끝자락을 붙들고
한 걸음 더디게
계절의 문턱에 서성인다.
처서,
너는 차갑게 등을 떠 미지만
나는 끝내 여름을 다 놓지 못한 채
아쉬움과 순응 사이에서
오래도록 흔들린다.
운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