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조심 하는 기술

가만히 기다려 주는 배려

by 운곡



雲谷-


운곡의 말 안 되는 듯 말 되는 이야기 시리즈 2


-배려의 또 다른 이름은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기술이다-


늦가을 찬바람을 타고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어린 시절 통기타 하나 들고 노래를 부르며 가수를 꿈꾸던, 심성이 누구보다 따뜻했던 옛 친구가 거의 10년 만에 소식을 준 것이다.


그는 로또 판매점을 새로 연다고 했다.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근황은 빠짐없이 잘 읽었지만, 그 친구는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지내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약간의 직장 생활 후 조그마한 중소 제조업을 시작했고, 기술과 따뜻한 미소로 금방 자리를 잡아 잘 나가는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할퀴고 지나간 IMF의 소용돌이를 친구는 넘지 못하고 사 업을 접게 되었다.

착한 심성 덕분에 종업원 급여와 부채 등을 정리하고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재기에 성공해 특유의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약 10여 년 전에 두 번째 침묵이 시작되었다.

그는 친구들 모임에도, 어떤 공식 석상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연락하면 건강하다는 짧은 인사만 전할 뿐, 자신의 속 사정은 좀처럼 말하지 않았다.

점점 누구도 용건 없이 그에게 먼저 전화하지 않게 되었고, 우리는 애써 무관심을 가장하며 그저 기다리기로 했다.


혹시라도 지난 일들을 묻거나 위로하려다, 또다시 아픈 기억을 건드릴까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우리는 조용히 그가 특유의 미소로 찾아오기를 기약 없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그게 그 친구를 위한 작은 배려라고 믿으며...


우리는 가끔 배려라는 이름으로 내 기준을 상대에게 적용할 때 오히려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수가 있음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배려라기보다 개입에 가깝다.

친절과 간섭의 경계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이다.


아픈 사연을 묻고 어설픈 위로를 건네면, 그건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진짜 배려란 상대에게 숨 쉴 여백을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닐까?


배려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양보(Give way)와 도움(Give hand)을 주는 직접적인 배려와

가만히 기다려주는(Waiting) 간접적인 배려가 그것이다.

손을 먼저 내미는 것이 배려일 때도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옆에서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더 깊은 배려가 될 수도 있음이다.


많은 사람들은 ‘배려는 결국 마음의 여유에서 온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배려는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에도 잠시 가던 길을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는 배려는 사실 어렵지 않다.

오히려 분주하고, 정신없는 순간 잠깐 멈추어 상대를 향해 마음을 여는 작은 행동, 그런 것들이 진짜 배려라 믿는다.


예를 들어,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공단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걸어 다니지 말라고 하지만 바쁜 사람들 입장에선 단칼에 무시하고 성큼성큼 걸어 오르내리고 이때 사람들은 왼쪽을 비워 두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런 사소한 것도 배려일 수 있다.

또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저 사람은 운전만 하면 사람이 변해…”

평소 온화한 사람도 운전 중 상대가 끼어들거나 진로를 방해받는다고 느끼면 경적부터 울린다.

그 마음속에 배려 하나만 들어 있었다면,

기다려 주고 “먼저 가세요.”

이 한 마디로 얼마나 세상을 부드럽게 만들까.

이러한 사소한 것들이 의외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될 수 있음은 그 작은 배려 하나가 갈등을 없애고 누군가의 기분과 하루의 흐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배려란 무엇일까?’

배려는 굳이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SNS가 일상에 깊게 들어온 요즘, 말 한마디 글 한 줄이 누군가에게 칼이 되기도 한다.

무심코 행한 글과 말들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지도 모른다.

배려란, 어쩌면 상대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조심하는 기술’이 아닐까?


만약 누군가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배려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있는 그대로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라 답하고 싶다.

사람을 바꾸려 들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배려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려 한다.

한걸음 멈추고,

한 번 더 웃고,

한 번 더 기다려주는 일.

그것이 누군가에게 기억되지 않아도 좋다.

배려란 결국 상대에게 남기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의 온도를 조금 더 따뜻하게 올려주는 일이라고 믿는다.


나의 작은 배려로 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누군가의 하루는 분명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로또 복권방을 개업한 친구에게 마음을 담아 작은 화분을 보내 새로운 시작을 조용히 축하하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세상 속으로 나올 그를 묵묵히 응원한다.


雲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