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눈
雲谷
동지섣달 겨울밤
글 쓰다 지친 하늘 시인이
파쇄(破碎) 한 원고지
한숨으로 뿌린 흰 숨결
쏟아진 잉크 빛
구름 사이로
바람도 없이 흩날려
잠든 시심(詩心)으로 스며들고
어둠조차 숨죽인
길 없는 밤
초롱 없이 눈부시다.
내 마음 그림자
벗어던진 어둠 너머
산산이 부서진 시어(詩語)들
붓 끝에서 떨어져
새벽하늘을 깨운다.
雲谷
시노트
눈이 내리는 밤,
시심은 분명히 발동했다.
어둠은 충분히 깊었고
창밖의 침묵도 완벽했다.
그러나 시는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한 줄을 쓰고 지우고,
한 단어를 남기지 못한 채
마음만 종이 위를 맴돌았다.
퇴고라기보다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한 시간.
지운 것은 문장이었지만
남은 것은 미련과 고집이었다.
눈은 벌써 멈추었고 여명의 시간
시는 끝내 완성되지 못했다.
다만 지우고 또 지운 자리마다
오늘의 내가 어떤 시를
쓰고 싶었는지만 또렷해졌다.
어쩌면 이 밤의 눈(雪)은
한 편의 시가 아니라
다음 시를 위한
하얀 여백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밤, 시가 되지 못한 마음도 이미 충분히 시가 아닐까 스스로 위로하며....
雲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