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
雲谷
겨울이 떠날 채비에 바쁘지만
문설주에 기댄 냉기는
아직 뼈마디를 더듬고
지난 겨우내
입을 닫은 아내
엄동설한 서릿발같이
헤어질 결심을 굳혔다.
결심은 단단해 보였으나
홀아비가 되면
묵은 겨울 이불 빨래는 누가 할까.
이별의 날짜는 춘삼월로 미뤘다.
젖은 솜이불 이길 만큼 볕이 들면
떠나겠다 생각이 미움보다 먼저 떠올라
이불 빨고, 말리고, 개켜두고
그렇게 한 계절을 더 견뎌냈다.
결별조차
못하게 붙드는 달.
떠나겠다는 말보다
빨아야 할 이불이 먼저인 달.
이불을 빨아주고 간다는 말은
가지 않겠다는 말이 되었고
그 하루가 일 년을 삼키고
그 일 년이 평생이 되었다.
발목 움켜잡던 미운 정은
춘삼월 빨랫줄에 걸려
봄바람 타고 가슴속으로 스민다
춘삼월 덕에 한 번쯤 더 참았고
견디고 살아낸 세월
이별보다 이불이 먼저였던
춘삼월 느린 봄이 노란 수선화 꽃 잎에
고운 정을 담아 봄 기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