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이성은 라틴어로 ratio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항상 8시간 수면을 금과옥조로 지킨다고 한다. 약 15년 전에‘미쳐라’는 말이 한때 유행한 적이 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미쳐야 성공한다는 의미로 흔히 회자되었다. 고등학교 때도 모 선생님으로부터 자신의 일에 미쳐야 한다는 교훈의 말씀을 들은 것 같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그 선생님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에 미쳐서 열심히 준비한 것 같지는 않았다. 미친다는 것은 흔히 안 좋은 의미로 쓰인다. 나는 그 당시에 대중들에게 자극을 주는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서 이 단어가 쓰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종 미디어는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더욱 과장하는 버릇이 있다. 즉 자기 일에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 지키면서 일할 때 업무에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일에서도 자기 일에 미치는 것이 아니라 업무시간에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의 뇌과학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하루에 8시간 정도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생산성이 좋다고 주장한다. 8시간 일하고 남은 시간은 다른 일 하면서 재충전하라는 의미이다. 실제로 미국의 구글이라는 회사는 업무시간의 20%을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하게 한다. 그 회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 하는 인사 시스템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큰 흑자를 만들어 낸다. 8시간만 업무에 집중하고 남은 시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또 다른 취미나 활동을 하는 것이 업무에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즉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업무시간에 몰입하기 위해서 자신의 일에 미쳐야 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내가 좋아서 열심히 하는 것과 미치는 것은 다른 얘기이다. 사리 판단을 하지 못하고 정신 나간 것이 미친 것이다. 고흐가 정신 이상이었던 것처럼 생각하기 쉬운 것은 미디어가 만든 허상이다. 특히 미디어는 성공한 사람들을 일에 미친 사람들로 묘사하거나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경향이 강하다.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나은 것이 있다면 바로 그것은 바로 이성이다. 이성이란 감성을 넘어서는 위대한 인간의 정신을 말한다. 칸트의 실천 이성은 본능이나 충동에 좌우되지 않고 스스로 도덕적 법칙을 만들어 그것에 의지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감성과 이성을 나누어서 생각하는데 철학적으로는 감성보다 위대한 정신이 바로 이성이다. 감성이 발전해서 이성이 되는 것이지 감성과 이성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다.
흔히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이성보다는 감성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뭘 느끼고 감정이 있어야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동기 유발에 지나지 않는다. 그 감정과 생각을 논리적으로 기술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구성과 형태와 색채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이성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단순한 감정을 드러내는 특성보다는 논리적인 이성이다. 특별한 영감을 받아서 그림을 한 순간에 그리거나 기이한 행동으로 타인의 시선을 이끌려는 것은 진짜 미술이 아니다. 미학의 역사에서 보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16, 17세기에 그냥 건축이나 목공에 필요한 단순한 기술에 지나지 않았다. 미술이 예술의 경지로 올라간 것은 미술가들의 이성에 있었던 것이다. 그림에 자신의 관념을 나타내고 자신의 세계관과 인간관을 그린 것이다. 사진처럼 똑 같이 그리려고 하는 것이 미술의 전부였다면 미술은 예술이 아니라 기술에 머물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각종 책이나 미디어에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행복이라고 강조하는 것 같다. 그래서 힐링이라는 단어가 책에서 각종 미디어에서 넘쳐났다. 그렇다고 해서 대중의 삶이 힐링을 받고 행복해졌을까? 누군가 나에게 행복한 삶과, 의미가 있는 삶 2가지 중에서 하나의 삶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는 것을 선택할까? 행복이라는 것은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할 때 따라오는 것이다. 의미 있는 삶을 살려고 하면 고통이 오더라고 참고 견딜 수 있지만 행복한 삶만을 살려고 하면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다. 마냥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매일 좋은 음식을 먹는다면 그것도 금방 질릴 것이다.
이성은 라틴어로 ratio, 영어로 reason이다. 이성은 사물을 보고 왜 그런 것 인가를 질문하고 의미를 연구하고 새로운 지식을 확장하는 것이다. 인간은 행복을 느끼다가 갑자기 사소한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도 기분이 상하는 것이 인간의 감성인데 어떻게 지속적으로 행복한 삶이 가능하겠는가? 왜 그런데 행복 추구가 모든 일에 가장 중요한다고 미디어는 떠들어 대는 것일까? 대중이 그 말을 듣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고흐는 흔히 미치광이로 알려 줘 있지만 그 의미는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미치광이로 주장하는 근거는 1889년 말에 고갱과의 다툼 후 귀 밑을 자른 사건과 병원에 자원해서 입원했을 때의 의사들의 진단서이다. 그 당시 병원 기록에 따르면 자신의 귀를 다 자른 것이 아니라 귀 볼만 약간 자른 것으로 나온다. 다 잘랐다고 하면 아마 과다 출혈로 죽었을 것이다. 내 생각은 미디어들이 이 것을 과장한 것이다. 스스로 정신 병원에 입원해서 병원에서 그림을 집중해서 그렸고 가끔 발작 증세를 일으켰다고 병원 기록에 적혀 있다. 하지만 정확히 얘기하면 간혹 발작이나 극도의 우울증이 있었지만 그림에 집중해서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했던 사람이 바로 빈센트 반 고흐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해서 미친 것은 아니다. 우울증은 현대인이 흔히 갖는 질병이다.
19세기 후반은 산업혁명으로 사회가 급변하는 시대였다. 그 당시에 이미 급변하는 세상으로 많은 서민들이 경제적인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빈센트는 예술적인 기질로 인하여 그 우울증의 증세가 좀 더 심했을 뿐인 것이다. 우울증의 원인은 자기 자신에게 원인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타인이 주는 상처에서 오는 경우도 있다. 고흐의 우울증의 근본은 평생 인정을 해주지 않았던 그의 부모에게 오는 것일 수도 있다.
오히려 의사의 진단 기록에 따르면 귓불을 자른 후에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사는 그가 정신이상이 아님을 진단한다. 고흐가 처음 입원했을 때 펠릭스 레이(Felix Rey)의 진단은 뇌전증(간질)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그의 진단 근거는 예민한 상태, 발작 중에 나타나는 위험한 행동, 환각 증상 등이었다. 고흐는 1890년 4월 말에 아래와 같이 자신의 발작증세를 인정하는 편지를 보낸다.‘내 작업은 정말 잘 진행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꽃이 활짝 핀 나뭇가지를 그리고 있었지. 아마 너도 그 그림을 보면 내가 지금까지 그린 것 중 최고임을 알게 될 게다. 이제껏 그린 것 중에 가장 끈기 있게 작업한 것으로 아주 차분하고 붓질도 더 안정되게 그렸거든. 하지만 그다음 날 바로 짐승처럼 발작을 일으켰다. 왜 그랬는지 나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렇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다시 작업을 시작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갖고 있다.’그리고 고흐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을 테오에게 요청했는데 단순한 미치광이였다면 이런 일이 가능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