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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프레도박 Dec 28. 2017

러빙 빈센트 반 고흐 #02

02화 색깔과 색채의 차이

 의미를 전달할때 색깔은 색채로 변화한다. 창의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갖고 있지 않은 자신만의 색채를 소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기 색깔이라기보다는 자기 색채이다. 자기 색깔은 한 가지 색이지만 그 색깔은 여러 명암과 채도를 갖고 의미를 전달한다. 나는 2016년에 프랑스 파리에 갔었다. 루브르 박물관을 갔었고 여러 유명한 장소를 갔었다. 그러나 가장 기억나는 것은 파리라는 도시의 색상이다. 무엇인가 일정한 색이 있었다. 특히 파리의 밤 색깔은 서울의 밤에서 흔히 보이는 교회의 빨간색의 십자가도 안 보여서 좋았고 특히 센강 주변의 밤은 모두 일정한 금빛의 불 빛이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색깔이 그 사람의 매력이다.


  빈센트는 아래 2개의 편지 속에서 그의 색에 대한 철학을 얘기했다. 그는 의상의 선과 피부색을 얘기하면서 색이 가장 중요한 아름다움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였다.

 1888년 9월 24일 
“나는 이곳 여자들의 아름다움을 더 잘 보게 되었어. 그러면서 언제나 몽티셀리를 다시 생각해. 이곳 여자들의 아름다움에서 색은 어마어마하게 중요해. 그렇다고 그녀들의 생김새가 아름답지 않다는 말은 아니야. 그 지역의 매력이 바로 색에 있다는 뜻이야. 잘 차려입은 화려한 의상의 선과 피부색이 형태보다 더 매력적이지. 내가 그것을 느끼기 시작하는 만큼 그려내지 못한다면 괴롭겠지. 그렇지만 나는 여기서 꾸준히 나아간다고 확신해. 전진한다는 거야. 남프랑스에서 그런 그림을 그리자면, 능숙한 솜씨만으로 은 안 돼.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것들을 오래 주시해야 해”
(반 고흐 빈센트, 2011)

 1888년 9월 17일경’ “쇠라는 어떻게 지내? 내가 보내 습작들을 그에 보일 엄두가 나지 않아. 하지만 해바라기, 카바레, 정원을 그린 것들은 보여 주고 싶어. 종종 그의 이론을 생각해 본단다. 나는 그걸 따르지는 않지만 쇠라는 독창적인 색채화가이고, 그건 시냐크도 마찬가지지. 그렇지만 또 다른 차원에서, 점묘파는 새로운 것을 찾아냈고 나는 그들을 꽤 좋아해. 하지만 나는 솔직히 파리로 가기 전부터 찾던 것으로 되돌아와 있어. 누군가 나보다 먼저 암시하는 색채를 말했는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들라크루아, 몽티셀리는 그런 말을 전혀 한 적이 없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했거든. 나는 음악에서 배우려고 헛고생을 하면서 뉘에넌에 있을 때와 다름없어. 그때 이미 우리의 색과 바그너의 음악이 관계가 있었다고 느꼈으니까. 이제 인상주의에서 외젠 들라크루아가 부활할 거야. 인상주의는 해석은 다양하지만 서로 어울리기 어렵고, 이론을 세우기에도 아직 부족해. 그래서 내가 인상주의자들 편에 있는 거야. 인상주의자의 뜻이 대체 뭐겠니? 아무 뜻도 없고, 이래라저래라 주문하는 것도 아니지. “ (반 고흐 빈센트, 2011)

  색과 그림 속의 오브제끼리의 경계를 어떻게 표현하냐에 따라서 그림은 주는 느낌을 달리한다. 인상주의의 그림은 그 경계를 흐릿하게 표현하여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색상의 경계를 부드럽게 표현하는 것은 부담 없이 그림을 보게 하는 기법이다. 빈센트 반 고흐 아몬드 나무 그림은 배경과 경계가 있지만 배경색과 나무의 색깔은 부담 없이 어울린다. 빈센트는 노란색을 자주 사용했지만 반면에 아몬드 꽃을 그린 그림의 색은 이와는 다른 차분한 색채를 사용했다.  이 그림은 빈센트가 동생 테오가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에 그 기쁨으로 그린 아몬드 꽃 그림이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색감은 순수하면서도 밝은 느낌의 색이다. 이 그림은 생명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 색채와 화려하게 핀 꽃이 힘찬 파장을 관객에게 발산하고 있다.

 김정해는 ‘색깔의 힘’이라는 책에서 색별로 주는 심리 효과를 설명했다. 색은 그 자체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색깔은 힘이 있다. 색은 소리와 마찬가지로 진동과 파장을 지닌다. 색은 햇빛의 일부인 가시광선이다. 빛처럼 직진하고 진동하고 에너지를 전달한다. 색의 진동을 음의 주파수로 바꾸면 그림을 음악으로 들을 수 있고 음악을 그림으로 볼 수도 있다. 빈센트가 주로 사용한 초록색, 노란색, 파란색은 각각 안정, 아이디어, 휴식을 의미한다. 숲의 색깔인 초록색을 보면 안정감을 느낀다. 긴장을 완화시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노란색은 활기차게 하며 신경의 피로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바다의 색깔인 파란색은 이성적 판단을 도와주고 진정 효과가 있다. 갈색은 진실함과 변함없음을 의미하고 검은색은 미지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미지의 색이다.(김정해, 2016)

 자기 색채란 다른 사람과의 색상과 명암이 다름을 의미한다. 즉 갭을 의미한다. Gap이란 한국말로 ‘차이’, ‘간극’, ‘다름’이다. 그런데 gap이라는 단어로 사회의 대부분 현상을 설명하는 데 사용할 수가 있다. 논문을 잘 쓰려면 기존 연구 논문과 자신의 관점 차이에서 오는 갭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 갭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쓰는 것이 논문이다. 여자들의 패션의 핵심도 갭이다. 한 스타일의 옷이 유행하다가 다른 스타일이 또 유행한다. 올해는 특히 찢어진 청바지가 유행한다. 몇 년 전보다 더 심하게 훼손된 청바지를 입고 다니면서 그 갭을 완벽히 소비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갭을 보여줘야 소비자는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아키텍처를 고민한다면 각 아키텍처 사이의 갭을 이해하고 장단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같은 분야의 소프트웨어 기술인데 어느 제품은 성공하고 어느 제품은 시장에서 외면받는 다면 두 제품은 커다란 갭이 있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이 유명한 대학에 가려고 하는 것은 유명 대학을 졸업했을 때의 다른 대학과의 갭을 간접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쓰는 사람은 계속 아이폰을 쓰고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사람은 계속 그 폰을 쓴다. 각 제품의 무슨 갭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림에서 중요시하는 창의성은 사실은 다른 사람과 다른 점, 즉 갭을 말한다. 내 그림이 기존 작가와의 갭이 없다면 내 그림은 창의성이 없는 것이다. 사람들을 끌어들일 매력이 없는 것이다. 명화들은 각각 화가들의 갭을 갖고 만들어져 보는 느낌이 다르다. 크린토피아라는 세탁 대여점이 있는데 이 회사는 셔츠를 세탁하는데 1000원이라는 싼 가격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았다. 이 회사는 이 갭으로 고객을 확실히 모았다. 어떤 갭 때문에 우리는 어떤 제품을 선택하거나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이다.


 최근 소프트웨어 업계에 빅데이터나 기계 학습이 특히 화두다. 일부 기업들은 데이터 마트를 만드는 수준에서 약간의 빅데이터나 기계 학습의 기술을 섞어서 인공지능 기술이라고 갭을 만들었다고 선전한다. 그 갭의 본질을 따지고 생각해 보면 무엇을 개발하고, 무엇을 왜 개발하지 말아야 할지 분명히 알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의 연체 예측 시스템을 인공지능 기술로 만든다고 해보자. 이 것은 쓸모없는 제품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첫째 이유는 은행의 본업을 투자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주장은 연체 예측 시스템이 아니라 투자 성과 예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체는 돈을 빌려주고 위험한지를 계속 주시하는 것이고 투자 성과 예측 시스템은 어는 기업에 더 투자해야 하는가에 대한 예측이다.  연체 예측이나 투자 성과 예측이나 두 시스템 모두 내부 로직은 경제학적 통계량에 기초를 두지만 그 효과는 정 반대다. 두 번째 이유는 은행은 이미 연체 관리를 과거부터 무리 없이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14일이 지나면 연체로 보지만 금융감독원은 30일이 지나야 연체로 본다. 은행은 금감원의 기준대로 연체를 따지면 손해가 심해지기 때문에 더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고 이 결과로 서민들은 대출하기가 어려워진 점이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카카오 뱅크는 출범한 지 일주일 만에 히트를 치고 있다. 내 말은 연체 예측 기술로 과연 무엇을 얻을 것인지 생각하지 않고 만드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은행은 상당히 과거 통계상으로 증명된 신용 등급이 높은 기업이나 개인에게 빌려주는 시스템이라 근본적으로 안정적인 사업이다. 1997년 IMF의 위기는 은행이 연체 예측을 못해서 발생한 문제도 아니다. 2008년 12월 모 은행의 파생상품 투자로 발생한 손실은 1조 6천억 원에 달한다. 연체 예측 시스템이 아니라 그 시스템 개발에 들일 돈을 파생 상품 투자 성과 예측 시스템 개발에 사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즉 은행이 공격적으로 계량적으로 증명된 곳에 투자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본질이다. 왜냐하면 경제는 오래전부터 예측이 불가능한 복잡계이고 이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보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갭이란 차이점을 인식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그 주제 본질에 집중해야만 차이점이 생기는 것이다. 차이점에 집중해서 차이점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집중하면 차이점이 생기는 것이다. 다른 제품과의 차이에 집중해 갭을 만들려고 한다면 그것은 추종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명화로 불리는 것의 그의 삶과 그림의 Gap에 있다. 그림을 사랑하고 그림으로 세상의 쓸모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 그림으로 타인에게 따뜻한 평온함과 행복을 주겠다는 생각이 그의 그림의 본질이다. 입체감을 주기 위해 튜브 통째로 유화 물감을 캔버스에 사용하는 기법이나 노란색과 파란색의 색 조화 기법은 그 본질을 위한 갭인 것이다. 그 기법을 따른다고 모두 빈센트의 그림 같은 작품을 남기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림 출처 : 반고흐뮤지엄 네덜란드, https://www.vangoghmuseum.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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