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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프레도박 Jan 03. 2018

러빙 빈센트 반 고흐 #09

09화 미술은 긍정적인 호르몬을 만든다.

  미술을 접할 때 긍정적인 호르몬의 변화가 생긴다. 호르몬의 변화를 느끼려면 그림에 몰입해야 한다. 몰입한다는 것은 검색이 아니라 사색을 의미한다. 요즘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고 검색한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과 저자의 생각을 사색을 통해 비판해서 받아들이지 않고, 인터넷에서 검색한 결과를 의미 없이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책을 통해 특정 주제에 몰입하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 스스로 사색하지 않고 남이 사색한 결과를 맹목적으로 믿거나 받아들인다. 진정한 의미를 깨달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책을 읽을 때 몰입해야 하듯이 그림 보는 것도 몰입해야 한다.  그냥 지나가듯이 그림을 보는 것은 호르몬의 변화는커녕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태희는 그가 쓴 ‘행복한 인재로 키우는 예술의 힘’이라는 책에서 미술이 치료제인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미술이나 음악 등을 접할 때면 자율 신경계가 자극이 되어 균형을 이루고 긍정적인 호르몬 변화가 생기는데, 이 같은 작용이 신체의 면역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치료에 도움을 주는 원리랍니다. 예술을 접할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몸 안에서 암세포를 파괴하는 착한 면역세포까지 증가하는 것이랍니다. 예술이야 말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위한 가장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치료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김태희, 2015).

    내 인생은 나 스스로 특정 주제에 몰입해야 행복하다. 어렸을 때 숙제가 많은데 숙제를 하지 않고 코미디 프로를 보고 웃고 있었던 적이 기억난다. 코미디 프로를 보고 숙제나 공부를 해야지 하고 결심했던 것이다. 그런데 머리 한쪽에 숙제에 대한 부담으로 코미디 프로로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숙제나 공부하는 것이 아예 의미가 없다고 포기하고 TV프로를 봤다면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다. 결론은 코미디 프로에 몰입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특정 과목에서 성적을 올리겠다고 생각하고 집중했는데 결과가 나쁘면 지속하기가 어렵다. 인간의 뇌는 똑똑해서 쓸모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포기하라는 신호를 주는 것 같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포기하려는 수많은 순간을 극복하고 목표를 성취했을 때에 동시에 같이 기쁨을 느낀다. 타인의 성취감을 자기도 느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해서 끝내고 자신에게 보상하는 시스템을 갖으라고 얘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883년 4월 278
 “네게 장담할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일이 점점 더 즐거워진다는 거야. 그 때문에 이렇게 말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더 큰 내면의 온기가 느껴진단다. 그래서 또 널 생각하게 돼.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건 네 덕분이니까. 어떤 치명적인 방해물, 즉 직접적인 속박 없이 말이다. 때론 난관이 자극이 되기도 하지. 이제 일에 더 큰 에너지를 쏟아야 할 때가 왔단다”
(고흐 빈센트, 2007).

  몰입을 통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세상에 모든 일은 모두 다 의미가 있다. 의미가 없으면 어찌 존재하겠는가? 단지 내가 그 의미를 깨닫지 못했거나 그 의미가 나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뿐인 것이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이리저리 자세히 몰입해 보는 것은 매우 좋은 습관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보는 것이다. IT 개발을 하고 있다면 만들고 있는 제품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발전해 왔는지를 조사해 보고 관련 책을 읽는 것도 방법이다. 그 일을 해 왔던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해보는 더욱 좋다. 살아 있는 현장의 지식과 충고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비판적으로 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몰입할 만한 명분과 의미를 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빈센트는 화가가 되는 것을 가장 큰 그의 인생의 의미로 생각했다. 빈센트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였을 때 가장 큰 리스크는 재정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인생은 그림 그리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는 것을 알았지만 리스크 또한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테오의 도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편지를 통해 자신의 상황과 테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인간에 있어서 행복한 삶보다는 의미 있는 삶이 더 중요하다. 최근 각종 미디어에서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두는 의견이 팽배하지만 이 것은 그저 사색하지 않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행복하거나 기쁜 것은 세로토닌 호르몬과 연관되어 있을 뿐이다. 오래갈 수가 없다. 모든 일을 추진하다 보면 사람들과의 갈등, 예상하지 않았던 문제점 등으로 고통이 생긴다. 귀찮아지고 피하고 싶어 진다. 이때 그 일이 자신의 삶의 의미가 있다면 극복할 수 있지만 의미가 없다면 당장 그만둘 것이다. 이게 정말 중요한 인생의 원칙이다. 의미가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잠시 의미 없는 일을 할 수는 있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려는 것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몰입하려면 의미 있는 일을 하거나 자기가 하는 일을 의미가 있도록 사색해서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몰입하면 행복은 당연히 그냥 따라오는 것이다. 몰입을 통해 목표를 성취할 것이고 그 작은 성취감들이 모여서 자존감을 높이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것은 단순히 코미디 프로를 보고 웃는 것 이상의 행복감을 준다.

  빈센트의 아래 편지 내용을 읽어보면 그는 그림을 그릴 때 녹초가 되도록 몰입하고 집중했었다.

1886년 1월 447
“하지만 연습이 부족해. 그런 그림을 50점은 그려야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얻게 될 거야. 색채를 입히는 작업에 지금은 너무 많은 노력이 요구된단다. 아직 길이 들어 있지 않은 데다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걸려 녹초가 되도록 작업에 몰두하고 있어. 당분간은 꾸준히 그림을 그리는 수밖에 없을 거야. 일이 점점 손에 익을수록 더 즉흥적이고 자연스러운 붓 터치가 가능해지겠지”
(고흐 빈센트, 2007).

  빈센트 그의 인생에서 가장 많은 엔도르핀과 도파민 호르몬을 느꼈던 시기는 언제 였을까? 빈센트의 가장 행복하게 그림에 몰입했던 시기는 아를에 약 15개월간 있을 때인 것 같다. 이 시기에 빈센트는 약 200점의 작품을 남겼기 때문이다.  삼월에 날씨가 풀리자 고흐는‘랑글루아’ 도개교를 발견한다. 그리고 여러 시간대와 그리는 위치를 바꾸어 가면서 이 도개교를 주제로 여러 점의 드로잉과 유화를 남겼다. 이 그림에서 빈센트의 표현대로 흐르는 강물에서 선명한 파란색과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을 볼 수 있다.


  인간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에 뇌에서 엔도르핀, 도파민 호르몬이 나온다고 한다. 사람이 한 가지 일에 몰두하거나 몰입하고 있을 때도 역시 마찬가지로 도파민 호르몬이 나온다고 한다. 따라서 행복과 몰입은 일맥상통한다. 즉 몰입하면 행복해지는 것이다. 나는 몰입하기 위해서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미가 없이 단순히 웃기거나 재미있는 일은 오래가지 못한다. 꾸준히 지속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할 이유가 없어져서 꾸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미라는 것은 자기 계발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의 목표 달성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의미를 발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향상되거나 발전한다는 느낌을 느끼고 있고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지금 몰두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지금 찾아야 한다.


그림 출처: 반 고흐 뮤지엄, 네덜란드, The Langlois Bridge,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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