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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프레도박 Jan 18. 2018

러빙 빈센트 반 고흐 #19

19화 바람부는 야외에서 풍경화를 그리는 법

1874년 1월
“산책을 자주 하고 자연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예수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사람들이다. 화가들 중에는 좋지 않은 결코 하지 않고, 나쁜 일은 결코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 중에도 좋은 일만 하는 사람이 있듯 …”

  빈센트는 자연에 숨겨진 위대함,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가르쳐주는 것이 화가의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살이에 지쳐서 하루의 고된 일과에 지쳐서 보지 못했던 자연의 숭고함을 알려주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았고 자신의 방법을 탐구했다.                           

 위 그림은 빈센트가 1888년에 아를의 포도밭을 주제로 하여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은 미술사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포도가 수확할 때라 포토나무의 나뭇잎이 붉게 물든 것을 표현한 것이다. 남자는 없는 것 같다. 치마를 입은 것처럼 보여 전부 여자일 것 같다. 청색과 검은색의 옷을 작업복으로 입었던 것 같다. 미술사적으로 유일하게 팔린 그림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림 상으로 약 20여 명 정도가 일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글거리는 포토밭에서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아름다운 청색, 빨강과 노란색으로 그린 것이다. 빈센트가 죽기 약 4개월 전에 그 당시 400프랑에 유일하게 팔린 그림이다.

이 그림은 안나 보쉬(Anna Boch)라는 인상파 여류화가가 구매했다. 구매한 여자는 빈센트 친구였던 누나다. 구매한 사람은 약 6년 후에 10,000프랑에 판다. 즉 25배의 값어치를 받고 다시 판다. 안나 보쉬는 매주 파티를 하면서 위 그림을 6년간 감상하고 자신의 그림 스타일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이 그림을 다시 판다. 400프랑의 값어치는 지금의 가치로 굳이 따지면 150만 원 정도 된다. 하지만 그 당시 2년 치 여인숙 투숙 비용에 해당하고 매월 테오가 약 100프랑에서 200프랑 정도를 생활비로 주었기 때문에 그리 적은 액수는 아니다.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10년간 테오에게 도움을 받으며 수시로 그림을 팔기를 원했던 빈센트에게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금액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래 세 가지의 편지 내용을 읽어보면 빈센트는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색상, 채도, 명도를 아주 세심히 즐겼다. 빈센트는 나름대로의 바람이 심한 야외에서 풍경화를 그리는 방법을 생각했다.

1883년 10월 3일

“정말이지 이 여행을 마음껏 즐기고 있단다. 머릿속은 그동안 본 것들로 가득해. 오늘 밤엔 황야가 너무도 아름다웠어. 비첼의 화첩에 나오는 도비니의 그림이 바로 이런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지. 하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섬세한 라벤더 빛 흰색이며, 양털 구름이 아니 뭉게구름이 가득해. 연자주색과 회색, 흰색의 뭉치들이랄까. 사이사이 갈라진 묘한 틈새로 푸른빛이 새어 나온단다. 지평선에 붉은 줄 하나가 반짝이며, 그 밑으로 몹시 어두운 갈색 히드 평야가 펼쳐져 있어. 그리고 빛나는 붉은 띠 같은 하늘을 배경으로 작은 집들의 나지막한 지붕들이 보이지. 저녁 무렵의 이 황야는 영국인이라면 ‘이상하다’ 거나 ‘묘하다’고 표현했을 그런 분위기를 종종 띠곤 해. 돈키호테에 나오는 풍차나 낯선 형태의 도개교가 쉴 새 없이 모양이 변하는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윤관을 드러내고 있어. 이런 마을은 저녁 시간이면 물이나 진창, 혹은 연못 위로 불이 밝혀진 창문들이 반사되어 이따금 대단히 유쾌한 모습을 띤단다”(고흐 빈센트, 2007), 137page.

1888년 6월 4일 499

“지중해 해안의 생트 마리에서 편지를 쓰고 있단다. 지중해는 고등어 색깔을 닮았어. 쉴 새 없이 색이 변한다는 말이야. 빛의 변화로 금세 분홍이 되었다 회색이 되곤 하니, 사실 푸른색이라 장담할 수 없지. 하루는 바에 아무도 없는 해안을 따라 바닷가를 산책했어. 그리 명랑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슬프지도 않았고, 그저 아름다웠단다. 검푸른 하늘에는 푸른색의 정수인 진한 코발트색보다 더 짙푸른 구름이 군데군데 떠 있었지. 푸르른 순백의 은하수처럼 연푸른색 구름도 보였고 깊고 푸른 하늘엔 별들이 반짝였지. 노랑, 초록, 하양, 분홍 별들이 고향에서보다 그리고 파리에서보다 더 밝게 빛나는 것이. 마치 보석 같았단다. 오팔, 에메랄드, 유리, 루비, 사파이어라고나 할까. 바다는 아주 짙은 군청색이었어. 해안은 보라색과 같은 옅은 적갈색을 뗬고, 해변의 모래 언덕들(약 5미터 높이) 위에는 감청색 덤불들이 자라고 있었지”(고흐 빈센트, 2007).     

1888년 6월 18일 베르나르 B7

“여기에 또 다른 풍경화가 있네. 일몰일까? 아니면 월출? 그런 다름 아닌 여름 태양이야. 보라색 도시. 노란색 천체. 청록색 하늘. 밀은 모두 바랜 금빛이나 구릿빛, 혹은 초록, 빨강, 노랑이 섞인 금빛이거나 청동빛을 띤 노랑, 초록빛을 띤 빨강이야. 30호 정방형 캔버스에 그렸네. 서 북풍이 심하게 불던 날 쇠로 된 쐐기로 이젤을 고정시킨 채 작업을 했지. 이건 추천할 만한 방법이야. 그러니까 이젤의 다리를 땅에 고정시킨 뒤 50센티미터 길이의 쇠 쐐기를 주변에 박고 그런 다음 밧줄로 이것들을 한테 동여매는 거지. 그렇게 하면 바람이 불어도 작업이 가능하다네”(고흐 빈센트, 2007).


  빈센트는 위의 편지처럼 강한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쐐기를 박고 이 쐐기에 이젤의 다리를 끈으로 고정시켜 작업했다. 자신의 방법대로 해결 방안을 시도해 해결한 것이다. 또 원근법을 표현하기 위한 자기만의 직사각형 프레임을 만들고 프레임 양쪽에서 소실점을 갖도록 실을 연결하여 사물을 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자신의 그림 구도 잡는 방법을 연구하고 스스로의 눈을 훈련시킨 것이다. 빈센트는 자기만의 직사각형 프레임을 사용하여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했다. 게다가 빈센트는 밤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모자 위에 초를 올려놓고 그렸다고 한다. 밤의 아름다운 별빛을 그리기 위해 초를 모자 위에 켜 올려놓고 그린 것이다. 말 그대로 그리기 위해서 나름대로의 방법론을 고안하고 행동으로 실천한 것이다.

  그동안 경험한 바에 의하면 내가 무엇인가를 꼭 해야 한다고 집중적으로 생각하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떠오른다. 물론 그 방안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 방법을 동료들과 협의하여 해결하는 과정은 빈센트의 그림 그리는 과정과 다를 바 없다. 나름의 방법을 찾는다는 것은 내가 적극적으로 몰입한다는 것이다. 방법이 없었는데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을 찾아낸 것은 대단한 자랑거리다. 나름이란 그 상황과 자신의 능력에 맞게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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