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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프레도박 Jan 01. 2018

러빙 빈센트 반 고흐 #04

04화 묵묵히 걸어간다.

 창의적이라는 것은 묵은지 같은 것이다. 묵은지처럼 평소에 고민하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생각나는 것이 진짜 아이디어이다. 내가 특정 주제에 고민한다면 뇌에서 그 주제와 관련된 지식 덩어리를 지속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서로 부딪치게 해서 새로운 지식 덩어리를 만들도록 명령을 내린다. 그러면 그때 묵묵히 뇌 속에서 숨어져 있던 아이디어가 튀어나오는 것이다. 순간적인 아이디어는 그냥 좀 있으면 사라지는 먼지와 같다. 아이디어를 정교하게 다듬고 실험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진일보한 변화를 만들지 못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끈질기게 시도해야 창의적인 성과물을 만들 수 있다. 뉴튼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는 것은 겉으로는 맞지만 자세히 생각하면 틀린 말이다. 지속적으로 끈기 있게 물리적 법칙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그 생각이 난 것이지 평소에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끈질기게 한 가지 특정 주제에 집중하다 보면 서점에 가도 그 주제와 관련된 책이 바로 눈에 보이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빈센트는 유화를 상당히 빨리 그렸다. 프랑스 아를에서 70여 일간 머무를 때 이때 70여 점의 유화 작품을 남긴다. 하루에 한 점씩 그린 것이다. 빈센트도 그의 편지에서 언급한 것처럼 평소에 자세히 관찰하고 어떻게 그릴지 이미 창의적으로 구상해 두었기 때문에 그림을 빨리 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1886년 2월 448
 “아무튼 우린 지금 견실한 무언가에 도달하기 위한 길에 들어서 있는 거야.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 성공에 이르려면 용기와 인내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작업에 임해야 할 거야. 그 밖에 나의 이미지 개선도 중요한 부분이란다”(고흐 빈센트, 2007).

 1988년 빈센트는 노란 집을 얻고 고갱을 맞이했다. 고갱은 빈센트의 해바라기 그림을 보고 클로드 모네의 <해바라기가 있는 정물>의 그림보다 마음에 든다고 얘기한다. 빈센트는 이 이야기를 테오에게 전하면서 아래처럼 말한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갈 거야. 내가 만약 마흔 즈음에 고갱이 얘기한 (모네의) 꽃 같은 인물을 그린다면, 나는 화가로서 그 무엇과도 어개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지위를 갖게 될 테지. 그러니 인내하자”(베일리 마틴, 2016).


 빈센트가 1888년 10월 24일에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있다. “테오에게. 지금 내 작품이 팔리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언젠가는 내 그림들이 거기에 사용된 물감보다, 그리고 내 인생보다도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내 작품이 팔리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은 절망에 가까운 현실을 고백한 것이다.  내 그림에 혼신을 다해서 그렸기 때문에 내 인생보다도 가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한 것 같다. 빈센트는 자기 그림에 대한 끈질기게 희망을 갖고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내 그림이 내 인생보다 가치 있다고 느껴진다고 확신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의 고민이 있었겠는가?

 이 글에서 말한 물감은 구체적으로 빈센트가 비싸게 구입한 크롬 옐로(짙은 노란색) 물감을 말한다. 빈센트는 이 물감을 그의 그림에서 많이 사용했다. 이 물감이 무척 크롬 옐로는 독성이 강한 납 성분을 가진 안료로 만들어져서 인체에 유해했고 시간이 지나면 갈색으로 변화하는 불안정한 물감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네덜란드 코엔 젠슨(Koen Janssens) 연구 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안방의 침대는 원래 노란 스포츠차와 같은 색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갈색으로 변색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라고 한다(최연욱, 2016). 

  빈센트는 시엔과의 슬픈 이별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계속 그린다. 빈센트는 1881년 겨울에 시엔을 만났다. 그녀는 조그만 아이를 데리고 있던 거리의 여자였다. 빈센트는 그녀와 결혼하려고 하였지만 테오의 반대와 가족의 반대에 부딪힌다. 그리고 빈센트는 자신의 고집대로 그녀와 새로 태어난 아기와 같이 동거한다. 그리고 결국은 여자 집안에서의 반대로 결국은 헤어진다. 시엔도 돈을 벌지 못하는 화가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이 것이 그의 하나의 큰 상처로 남게 되고 더 좋은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그의 결심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끈질긴 인내심을 갖고 있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법정에서는 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지만 법정을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둥글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의 신념은 끈질긴 것이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것이다. 소크라테스도 법정에서 간단히 사죄만 해도 살아나도 되는데 끝까지 소신껏 얘기하다가 독 잔을 마시고 감옥에서 매우 우아하게 마시고 죽는다. 소크라테스의 혐의는 청년들을 꾐에 빠지게 했다는 혐의였는데 그 당시 배심원들에게 근소한 표 차이로 유죄를 선고받는다. 만약 그때 거짓으로라도 배심원에게 자신이 잘못했다고 인정했다면 그는 살았을 것이다. 소크라테스도 자기 신념에 매우 끈질긴 사람이었다. 모진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우는 인동초라 불리었던 故 김대중 대통령도 매우 인내심이 강하고 끈질긴 분이었다. 40세 때 목포에서 국회위원으로 당선된 후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기고 2번의 대통령 선거 낙선 후 74세 때에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창의적인 사람들의 공통된 습관 특징은 끈질기게 시도한다는 것이다. 빈센트도 하나의 대상에 대하여 끈질기게 여러 각도로 다양한 생각으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시도했다. 그의 상징인 해바라기 작품도 전쟁으로 소실된 1점을 포함해 7점이 있다. 빈센트는 하나의 대상과 주제를 정한 후에 유화로 그리기 전에 수십 번 데생을 하고 수십 번 습작을 한다. 빈센트의 유명한 유화 뒤에는 그의 수많은 습작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IT 개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모바일 게임으로 대박을 친 애니팡의 게임 개발자도 지속적으로 계속 그 게임을 개발한 사람이었다. 잠깐 개발하다가 우연히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었다. 지속적으로 계속하면서 창의적으로 게임의 재미를 주거나 계속 사용자가 게임을 하게끔 여러 장치를 기획하고 개발한 것이었다. 필자가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이 유행하던 2003년경에 피처폰의 콘텐츠를 웹으로 쉽게 변경하는 미들웨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사업 아이디어 차원에서 모 모바일 업계의 사장님에게 우연히 얘기했는데 이 사장님이 이 아이디어를 정부 과제로 추진했었다. 3~4번의 정부과제 탈락 후에 포기할 것 같았는데 계속 사업계획을 수정하고 마케팅 계획을 보완하면서 결국에 정부 과제에 선정되었다. 보통 3~4번 탈락하면 포기하는 게 보통사람의 심정인데 그 사장님은 끈질기게 도전한 것이었다. 국내 중소 IT업계에서 좀 오래된 회사들의 CEO들은 대부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사람들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포기해야 할 것 같은 시점인데도 결코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고 기다린다. 

 최근에 거의 신규 모든 IT 관련 프로젝트는 인공 지능, 머신 러닝, IOT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용계에서는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법조계에서도 판결문에 대한 인공 지능 작성들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 정부의 신규 과제도 모두 이와 연관되어 있다. 이 트렌드는 2016년 구글의 알파고가 바둑의 천재로 불리는 이세돌을 4대 1로 이김으로써 더욱 강해졌다. 한국에서는 2000년 이후로 인공 지는 관련 연구는 정부의 지원이 없어서 중단되었다. 하지만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구글은 2014년 인공지능 관련 기술의 선두업체를 인수하고 이 혁신의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구글의 언어 자동 번역 제품도 2016년도에 새로 출시했는데 품질이 좋아서 전 세계의 자동 번역 업계의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구글의 번역은 기존의 룰 베이스의 번역이 아니라 자연어 처리 방식으로 통째로 번역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구글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의 NMT(Neural Machine Translation) 시스템은 기존 번역 시스템보다 60% 이상 번역 오류를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게다가 언어 번역 수준이 중간 정도의 번역 실력을 갖고 있는 인간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구글은 1990년부터 언어 번역에 대한 문제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끈질긴 16년간의 연구 끝에 결실을 얻은 것이다. 언어 번역 문제에 대해 끈질기게 집중해서 혁신을 일으킬 만한 새로운 방법으로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끈질기다는 말은 짧지 않고 매우 길게 지속적으로 인내한다는 의미이다. 어떤 마음을 갖게 되면 끈질기게 될까? 자기 입맛에 맞거나 자기 적성에 맞지 않으면 힘들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거나 흥미가 없는데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시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에 지속적으로 창의적으로 끈기 있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욕구에 충실하여 그 일을 끈기 있게 지속한다면 창의적인 성과물이 나온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림출처: 반고흐뮤지엄 네덜란드, https://www.vangoghmuseum.nlThe B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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