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프레도박 Jan 01. 2018

러빙 빈센트 반 고흐 #05

05화 창의적이려면 본질로 가라

  창의성은 본질에 대한 끝없는 질문이다. 본질이란 뿌리를 의미한다. 인간의 뇌는 세상에서 발생하는 일이 왜 일어났는지 원인을 알고 싶어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원인이 한 가지인 경우보다는 매우 복잡한 원인이 모여서 발생한다. 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있지만 항상 그 원인이 똑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서정주의 시에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그토록 소쩍새는 울었나 보다”라는 시구처럼 국화꽃이 핀 이유를 서인이 엉뚱한 조류에게 원인을 찾았다. 상관관계가 있을 수는 있지만 국화꽃이 핀 이유는 아니다. 소쩍새가 왜 그렇게 서글피 애처롭게 울었는지 시인은 무척 궁금했던 것일까? 국화꽃에 대한 자기감정을 말하기 위해 소쩍새를 소품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특히 명화라고 불리는 그림은 더욱더 많은 원인이 모여서 명화가 된다. 그림에 그려 있는 사소한 소품도 가벼이 생각할 수 없는 게 그림 보는 재미 중에 하나이다. 특정 주제에 대한 본질이란 어쩌면 계속 변하는 것이다. 나는 때로 특정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기존의 본질이라고 알고 믿었던 것을 부정하기도 한다. 부정을 통해 나의 지식이나 경험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내가 현재 알고 있는 지식이나 갖고 있는 신념을 한 번쯤 의심해 본 적이 있는가? 왜냐하면 본질을 알려고 추구하는 과정에서 더욱더 진리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림의 가장 큰 본질은 창의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 그림의 뿌리를 사색해 보면 그 그림에서 가장 창의적인 것을 읽을 수 있다. 그림은 보기만 해서는 안되고 읽어야 하는 것이다.‘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 그림을 그렸나’하고 생각할 때 나의 뇌는 그림을 읽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의 뇌가 감정적으로 느끼기도 하지만 논리적으로 그림의 배경 지식을 읽어서 이해할 때 비로소 완벽히 그림을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볼 때 이 그림이 왜 창의적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 가장 그 그림의 본질을 읽을 때 방법이다. 16, 17세기의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그린 역사화에는 여러 소품을 그려져 있다. 이 소품들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 소품들의 상징적인 의미를 알면서 그림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리는데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나타내기 위하여 상징적인 소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꺼진 촛불은 아버지가 이제 죽어서 더 이상 그의 성경을 읽고 설교하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소품들의 배치 방식이나 상징성을 알고 그림을 보면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1885년 빈센트는 자기와 관계가 틀어진 아버지의 죽음 후에 “성경이 있는 정물”을 그린다. 여기에 소품으로 쓰인 에밀 졸라의 삶의 기쁨이라는 책과 펼쳐진 성경은 이사야서다. 삶의 기쁨의 줄거리는 어느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폴린이 숙모와 사촌들에게 재산을 탕진당하고 배신당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사랑을 지켜간다는 얘기다. (최연욱, 2016) 이 소설의 형식적인 줄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에밀 졸라는 그 당시 마네, 모네, 세잔 등의 젊은 인상파를 지지하며 시대의 부당함을 주장하던 소설가이자 미술평론가였다. 그의 소설은 한마디로 인본주의였다. 인간의 자유의지로 선할 수 있고 모든 역사와 사물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을 썼다. 빈센트는 아버지의 신념과 정반대 되는 그 당시 유행했던 사상을 믿었던 것이다. 따라서 빈센트의 아버지는 빈센트가 에밀 졸라 같은 책은 읽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성경은 목사였던 아버지의 삶을 상징하는 것이고 에밀 졸라의 책은 빈센트의 삶을 상징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뜻대로 목사의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빈센트는 아버지가 싫어하는 화가의 삶을 선택했다. 빈센트는 네덜란드의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목사가 되기를 바랐던 아버지의 뜻을 버린 것이다. 

이제 죽음으로 갈라진 아버지를 추모하며 그린 그림이라 보면 볼수록 지독한 가난과 고독으로 살았던 빈센트의 삶이 떠오른다. 빈센트는 아버지, 어머니에게 인정받지 못했는데 그 괴로움을 보여주기 위해 편지 일부분을 인용한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본능적으로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 그들은 덩치가 크고, 털이 많으며, 집안에 지저분한 발을 하고 드나드는 개를 집에 두기 망설이는 것처럼 나를 집에 들이는 걸 꺼려한다. 그래, 그 개는 모든 사람들에게 걸리적거리고 짖는 소리도 아주 큰 불결한 짐승이다. … 중략 내가 개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가족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이 집은 나에게는 너무 과분하고 가족들도 굉장히 세련된 사람들이다. 그들이 개를 계속 집에 두는 이유는 그 개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저 억지로 참고 있을 뿐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개는 다른 곳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으려 한다."

 한국의 대기업이 First Mover로 가기 위한 첫 번째 단추는 본질을 추구하는 자세이다. 흔히 한국의 대기업도 이제 선진국의 제품을 따라가는 Fast Follower 전략에서 처음으로 도전해서 최초의 창시자가 되는 First Mover로 가야 한다고 회자된다. 2017년 구글은 DRAGNN이라는 개념으로 40개 언어의 자연어 처리 기능을 제공하는 Tensor- flow 1.2를 배포한다. 구글은 자연어의 본질을 끊임없이 추구하기 때문에 이런 창의적인 산출물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는다. 한국어는 본질적으로 영어와 다르게 시퀀스와 단어 순서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채택되지 않은 듯하다. 인공지능 분야 중에 자연어 처리라는 분야가 있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부분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통적인 방법이 NLP이다. 전통적인 방법은 통계에 기반한 것이고 근본적인 문제점은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사용해도 성능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문제이다. 2016년에 구글은 NLU와 SyntaxNet라는 개념을 새로 만들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40여 개의 언어에는 공통적인 core structure가 있고 이 코어 스트럭처를 사용하면 다른 언어에도 적용해도 된다는 창의적인 사실을 발견한다. 2017년에는 SyntaxNet를 없애고 더 발전된 개념의 DRAGNN이라는 프레임웍을 새로 만든다. 


 그림의 본질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그림에 대한 창의성이 나올 수가 없다. 빈센트도 자신의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의 본질을 보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창의적으로 그림을 그린 것이다. 빈센트는 그 당시 비르종파인 밀레 그림의 본질을 보기 위하여 계속 고민하였다. 밀레의 그림을 수십 번 모사하고 색조를 그가 좋아했던 노란색과 청색을 섞어서 빈센트 자신만의 색채와 붓터치로 리메이크한 것이다. 당대 유명화가의 그림을 보면서 본질을 보고 자기만의 화풍을 완성하는 것이다. 창의적이게 위해서는 아주 자세히 오래 남과 다르게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대상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자신만의 질문을 만들고 가설을 세우는 것이다. 이런 행위가 바로 creative 한 행위이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하는 것이다. 본질을 보려고 하지 않는 이상 계속 단순 복사만 하는 것이다.  그림의 본질을 보려는 정신적인 근력을 키워야 자존심과 창의성이 표현되는 것이다.


*그림 출처 : 반 고흐 뮤지엄 네덜란드, https://vangoghmuseum.nl, Still life with Bible

매거진의 이전글 러빙 빈센트 반 고흐 #0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