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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프레도박 Jan 02. 2018

러빙 빈센트 반 고흐 #08

08화 상상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상상력과 창의성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상상력은 이미지를 생성하는 힘이다. 이미지는 미술이다. 미술은 작가의 상상력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과학과 인간 가치’를 연구하였던 제이콤 브로노프스키(Jacob Bronowski, 1908~1974)는 인간과 다른 생명체와의 차별성은 과학적 상상력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개념과 욕망이 결합되어 상상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브로노프스키 제이콤, 2008). 

따라서 작가가 어떤 개념을 갖고 있냐에 따라 그의 그림이 달라지는 것이다. 19세기 화가 들라크루아(Delacroix, 1798~1863)는 다음처럼 주장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 또는 원하는 경우에는 결구-유기적인 기능을 가진 똑같은 것에도 이르게 되는 것은 오직 상상력뿐이다. ㅖ술가의 임무는 자신의 상상력으로부터 자연과 자연의 작용을 표현하는 수단을 이끌어 내고, 그 수단을 자기 자신의 기질을 따라 표현하는 것이다. … 소박한 영감의 한 터치가 어떤 것보다 낫다. … 가장 뛰어난 예술작품이란 예술가의 순수한 상상력을 표출한 것이다”(리오넬 로벤 투리, 2001).


  4차 산업혁명과 그림은 상상력이 뿌리이다. 그림의 치명적인 매력은 상상력이다. 내가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림은 상상하지 않고는 도저히 읽을 수가 없다. 그저 그림이 좋다든가, 아름답다는 한 마디 말로 끝낼 수가 없는 것이 그림 읽기의 유혹이다. 빈센트가 추상화를 그리지는 않았지만 그의 그림은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추상화는 보는 이에 따라 수백, 수천 가지로 비치거나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그림은 글씨보다 고등적인 글씨라고 해야 맞는 것 아닐까. 그래서 그림은 위대하다. 한 장의 그림은 보는 이에게 많은 느낌과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다른 나라 글씨는 몰라도 다른 나라 그림은 보고 느낄 수 있다. 나는 그림을 그릴 것이다. 고등적인 창작 작업을 지속할 것이다”(박진희, 2016). 

  스페인의 세계유산인 알타미라 동굴에서 발견된 암벽화를 생각해 보자. 선사 시대에 발견된 그림에서 고고학자들은 상상력을 통해 그 시대의 삶과 생활을 유추한다. 최근 현대 미술에서 단순화시켜 한 가지 색이나 선으로 그린 소의 그림을 보면 선사시대에 그린 동굴벽화에 그린 동물 그림이 연상된다. 단순화시켜서 핵심을 보여주거나 미적인 감정을 살리는 것이 인간이 가진 상상력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고고학자들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동굴 내부의 유적은 약 18,500~14,000년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숯, 황토, 적철석으로 명암법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는데 천정에는 두 마리의 말과 큰 사슴, 수퇘지가 그려져 있다. 이 동굴에 관한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이 동굴은 아마추어 고고학자이던 마르셀리노 산즈데 사우 투 올라가 1879년에 발견했다. 하지만 너무 그가 보관한 유적의 그림 상태가 좋아 1880년 기존의 고고학 전문가들은 가짜라고 주장했고 심지어 그는 사기죄로 고소당하기도 한다. 22년이 지난 1902년이 되어 서야 추가로 선사시대 그림이 발견되면서 진가가 인정되기 시작한다(위키피디아).

  빈센트는 현장에서 대상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지만 상상력에 의한 그림도 그렸다. 위의 바다 그림은 실내에서 상상하며 그린 그림이다. 그가 상상으로 그린 그림은 그의 생전에 유일하게 팔린 <붉은 포도밭>이라는 유화도 있다. 프랑스의 남부 아를 지방을 배경으로 화실에서 상상으로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은 1890년 1월경에 안나 보쉬(빈센트 동료 화가의 누나)가 400프랑에 구입하여 1906년 10,000프랑에 다시 판매한다. 국내 일부 미술 서적에는 팔린 가격이 100프랑이라고 표시되어 있으나 이는 틀린 것이다. 400프랑이면 요새 돈으로 변환하면 150만 원 정도 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숫자상 추정치이고 400프랑이면 그 당시 2년 정도의 월세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요즘 서울에서 월세가 40~50만 원 정도이니 체감상 물가로는 800만 원 정도 되는 금액으로도 볼 수 있다. 빈센트는 1889년 1월 23일 편지에 “내 해바라기 그림 역시 어떤 스코트랜드인이나 미국인 애호가에게는 500프랑의 가치가 있다고 감히 추측해본단다.”라고 썼다. 빈센트 스스로 해바라기 그림이 500프랑의 가치라고 인정한다. 따라서 400프랑에 팔린 마지막 그림은 결코 헐값에 팔린 것이 아니다.

  그의 그림에 대한 상상력에 대한 뿌리는 자신이 자신의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따듯한 느낌을 주겠다는 그의 상상에 있다. 대신에 평소에 자세히 관찰하여 어떻게 구도를 잡아 그릴 것인지 상상해 두었다가 바로 그리는 것이었다. 빈센트의 말대로 그가 이미 오랜 전에 구상을 해두었기 때문에 바로 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구상을 해두었다는 것은 작품의 골자를 완료했다는 것이다. 골자란 작품의 중심이 되는 뼈와 줄기를 말한다. 특정 작품의 장인은 한 가지 일을 오래 지속적으로 하면서 발견하거나 체득한 암묵적 지식을 갖고 있다. 화가도 한 가지 철학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 만의 철학이 그림에 배인다. 그만의 철학이 없는 그림은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은 사라진다. 그림은 끊임없는 개인의 상상력으로 각자의 마음속에서 자라는 나무다. 그림은 인간에 대한 상상력, 재미에 대한 상상력, 아름다움에 대한 상상력 등으로 진화한다. 상상력이 멈출 때 그림 그리는 것이 멈쳐진다. 어른이 되면서 그림을 보려 하자 않거나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면 이미 상상력이 죽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크버그는 2017년 5월 하버드대 졸업식사에서 상상력이 넘치는 연설을 한다. 나는 페이스북의 상상력이 한국의 싸이월드보다 엄청나게 컸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없어지겠지만 과거 역사에서 사람들의 새로운 직업을 만들었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내가 느낀 점은 모든 사람이 목적을 갖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마크 저크버그의 굉장한 상상력이다. 그리고 그는 얘기한다.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겠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재단을 만들어 모든 사람이 목적을 갖는 세상을 구축한다는 상상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세계를 연결하겠다는 상상을 한다.

2017년 화두가 된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 기술의 융합이 핵심이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무인 운송수단(무인항공기, 무인자동차), 3차원 프린터, 나노 기술 같은 6대 분야에서의 새로운 기술혁신이다(리처드 서스킨드, 2016). 융합은 바로 상상력에서 시작한다. 인공지능은 이제 기계가 학습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화하였다. 특정 이미지 인식을 통해 특정한 질병의 감염 여부 판단을 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의 학습 능력은 이미 사람을 능가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사람이 판단하고 정의해야 할 부분은 있다. 하지만 18세기의 산업혁명의 경우를 생각하면 미래를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초창기 자동차가 판매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도가 느리고 엉성해 보여서 오히려 달리는 말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은 무인 자동차를 만들고 있고 선진국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시범 사업을 진행해 왔다. BMW 자동차 회사는 이미 무인 화물차를 상용화시켜 판매하고 있다. 선진국은 이미 상상력을 통해 상상하던 것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벡스터라는 로봇은 스스로 카메라와 센서로 대상을 인식하여 특정 물건을 집는 것을 학습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 로봇의 가격은 특정 기능을 기준으로 했을 때 기존 로봇 가격의 1/5 수준이다. 로봇을 제어하는 프로그램도 기존의 방식보다 쉽게 개발이 가능하다. 3차원 프린터는 내가 원하는 도면을 입력하면 원하는 재료로 입체적으로 만들어 준다. 

  DJI라는 중국의 드론 제조업체가 있다. 이 업체의 드론 신제품의 수준은 세계 수준이다. 기존에도 레저용으로 헬기가 있었지만 고가이고 특히 운영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회사는 DJI가 만든 각 날개의 스피드를 적정하게 조절할 수 있는 비행 조절 엔진을 갖다가 산업용 드론을 만드는 실정이다. 이 회사의 사장 왕타오도 엄청난 상상력을 갖고 있었다. 지금 중국 선전에서는 3만 원이면 드론을 사서 띄울 수가 있다. DJI의 본사 근무자 1,500여 명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이 약 70%라고 한다. 연구개발의 핵심은 상상력이다. DJI의 핵심은 드론의 두뇌역할을 하는 FC(Flight Control)와 짐벌이다. 비행체의 중심을 잡아주기 위해서는 적어도 4개 이상의 모터를 매우 정밀하게 조절해야 한다. 흔들리는 카메라에서 카메라를 일정한 기울기를 유지시켜주는 것이 짐벌이다. 선전에서는 아이디어가 실제 시제품으로 만들어지는데 미국 실리콘밸리보다 절반 수준의 기간에 저렴한 가격으로 부품을 조달받아 생산된다고 한다. 상상한 것을 6주면 시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의 상상력이다. 이 상상력으로 창의적인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상상력을 키우는 방법 중에 가장 좋은 것이 그림 감상이다. 천연자원이 없는 한국에서 가장 큰 수출품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한국의 수출품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원유정제 기술을 이용한 제품이다.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이 세계에 버금가는 원유정제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원유 관련 사업은 이미 포화에 다 다르고 더 이상 고용창출의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 모바일 앱 중에 <Yo>라는 것이 있다. 문자메시지나 카톡 하는 것도 바쁜 세상에서 간단하게 친한 친구에게 앱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메시지를 보내는 앱이다. 8시간 만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앱에 올린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성공한다. 상상력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이미지를 생성하여 성공한 것이다. 상상력을 높이는 일은 여러 가지 방법 중에 가장 손쉬운 것이 그림에 대한 감상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그림을 선택해서 그림 감상을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삶의 깊이가 깊어지고 상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림출처: 반 고흐 뮤지엄 네덜란드, FishingBoats on the Beach at Les Saintes-Maries-de-l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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