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첫 번째는 엄마
어릴 적 꿈
기억나나요?
예전 이 내용으로 엄마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 엄마. 엄마는 꿈이 뭐였어요?
- 난 여검사가 되고 싶었어. 외할머니가 학교만 보내줬어도..
엄마 눈동자 안의 그 아련함이 언뜻 보였다.
- 난 뭐가 되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 엄마라던데??
기억에 없는 나의 어릴 적 첫 번째 꿈.
내가 기억하는 나의 꿈은 공주였는데
(아마도 초1이었던 듯)
그 꿈을 듣고 나서 왜 난 엄마가 되고 싶었을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그 어린 시절 우리 엄만
뜨겁고 건조한 사우디에 아빠 보내 놓고는
친구 집에 딸린 단칸방에서
십원 하나도 저금하며 악착같이 저금하고 살았다고 한다.
아빠가 멀리 있는 것도
생활이 여유롭지 못한 것도 다 참을 수 있었는데
텔레비전에 나오는 과자 광고 보며
- 엄마 까가. 까가 사줘.
그저 해맑은 얼굴로 손가락으로 화면을 콕 찍으며 얘기하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 아빠가 비행기 타고 슝 오면 그때 사서 먹자.
- 응
그러며 다시 자리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나를 보며
'사 먹일 순 없으니 만들어 먹이자'
라고 생각하셨다는.
그런 엄마 덕분에 난 그 귀하다는 수제 돈가스 수제 카스타드 빵 등을 먹을 수 있었다.
엄마가 부엌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으면
부엌 문지방에 걸터앉아 빤히 쳐다보곤 했었단다.
그러다가 만들어주면 너무 잘 먹어서 좋았다는.
무엇인가 뚝딱뚝딱 만드는 엄마가
그 당시 내 눈엔 히어로로 보였던 듯하다.
아빠 없이도 너무 잘 사는 울 엄마가
정말 거대한 산으로 보였으니
내 꿈이 엄마인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엄마라는 존재.
아직 작은 아이에겐
하늘보다 높은 태산이오.
든든한 담벼락이오
따뜻하고 포근한 좋은 냄새나는 이불이오
뭐든 만드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닐까.
내가 받았던 사랑만큼
나도 내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
아.
먼저 결혼부터 ㅋ
당신의 어릴 적 첫 꿈은 뭔가요?
만일 생각나지 않으면
부모님께 물어보세요.
그리고 그 꿈에 대해
부모님의 꿈에 대해
애기해 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