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데려가줘요
- 오늘 완전 블루데이야.
- 블루데이가 무슨 말이야?
- 멍든 것처럼 그냥 우울하다는 말이야. 블루블루해
- 그럼 나도 오늘은 살짝 블루데이.
- 버스 6번도 가고 16번도 왔는데 내 버스는 안와.
- ...
- 그래서 더 블루해.
- 어플봐봐. 곧 오겠지.
- 하아. 버스도 안오고 블루블루하네.
- 곧 올꺼야.
- 하아. 언제오나. 하아. 아!!!!!!온다!!!!!
그 순간 난 빛나는 후광을 달고서 행복 가득 실고 오는 마을버스를 보았다.
꼭 고3때 미술학원 앞에 기다리고 있던 아빠 차를 타는 그런 느낌으로 버스에 올랐다.
오늘 하루 중 가장 기분 좋은 소리로 크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기사님도 백밀러로 살짝 눈도 마주쳐주시고
또 자리도 있어 기분 좋게 앉았다.
버스를 보는 순간 생각나는 건
집 내방
어제 사온 딸기 한박스. 기분 좋은 꿈.
주말 내 뽀송뽀송 마른 이불.
깔끔히 정리된 침대
오늘 하루 나를 힘들게 했던 일. 공부가 아닌
편히 쉴 수 있은 내 침대만이 기분좋게 떠올랐다.
그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은 행복 그 자체.
오늘 하루 모든 묵은 감정들을 훅훅 날려버릴만한 초강력 행복이다.
나를 집으로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그 방으로
데려다주는 마을버스.
완전 사랑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