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이예지 양
명절에 모인 가족들 사이에서 외숙모 딸 대학 합격기가 한참 펼쳐졌다. 좌충우돌 수험생 이야기가 주변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외숙모가 마음고생한 이야기까지 듣자 네가 구석에서 자그맣게 얘기했다.
"아빠, 난 엄마와 아빠가 실망하지 않는 대학 갈게요."
실망이라. 네가 머리를 다쳐 입원했을 때 수없이 다짐했던 게 하나 있다. 존재 자체를 고맙게 생각하며 살겠다고. 아빠는 지금까지 네 성적을 먼저 물어본 적도 없고 나중에 알게 된 성적으로 뭐라 한 적도 없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아빠는 예지가 아무 대학이나 가도 돼. 대학 못 가도 상관없어. 실망 같은 거 안 해."
"진짜?"
"응."
"나중에 딴 말하기 없기."
상관없었지만 처음 한 말이 진심인지 정도는 궁금했다. 그리고 아빠 다짐과 엄마 마음이 늘 같을 수 없다는 말은 차마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