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열 살 이예지 양

by 이승환

냉장고에 있는 플라스틱 우유병을 보니 희미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볼펜으로 꾹 눌러쓴 글씨는 잉크가 잘 묻지 않아 겹쳐 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뭔 말을 그렇게 절실하게 남겨야 했을까.


'유통기한이 지났습니다. 이예지.'


우유병에 적힌 유통기한 날짜는 3일 전이었다. 마음 씀씀이가 고운 글씨만큼 살가웠다. 아빠는 주저하지 않고 남은 우유를 마셨다. 생각 난 김에 고백하자면 네가 좋아하는 떠먹는 요구르트도 아빠는 유통기한 지난 것만 먹는다.


"아빠, 날짜 지난 거 왜 먹어?"

"지구를 위해서."


그렇게 거창한 이유일 리가 없다고 여기는 표정에 굳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지구를 위한 게 또 너를 위한 것이라는 말도 삼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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