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이예지 양
네가 엄마 품에 깊게 파고드는 것이야 흔하디 흔한 일상이다. 모녀가 주고받는 대화도 시작은 특별할 게 없었다.
"엄마, 사랑해."
"엄마도 예지 너무 사랑해."
"나도 엄마 너무너무 사랑해."
"엄마도 예지 너무너무너무 사랑해."
"나도 엄마를 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해."
너는 하나라도 덜 셀까 봐 손가락을 오므리고 펴면서도 무사히 대사를 마칠 때마다 깔깔거렸다. 대화가 이런 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니. '너무' 숫자만 차곡차곡 쌓을 뿐인데 예사로운 대화는 예사롭지 않게 됐다. 단체 줄넘기에 뛰어드는 마음가짐으로 기회를 엿보다 틈새를 파고들었다.
"예지야, 아빠도 예지 사랑해."
"나도 알아."
"예지를 너무 사랑한다고."
"나도 안다고."
그러니까 돌이켜보면 모녀가 귀한 시간을 '너무' 만으로 채워서 안타까웠던 게 분명하다. 언젠가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훨씬 길게 할 수 있겠지 뭐. 그때는 엄마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