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이 아닌 시간을 버릴 뻔

여섯 살 이예지 양

by 이승환

쌓이기만 하던 장난감을 한 번쯤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너에게 큰 상자를 주며 필요 없는 것과 부서진 장난감을 골라낼 결정권을 줬다. 한 시간 정도 신중하게 검토하던 너는 플라스틱 그릇 하나, 작은 탬버린, 쓰임새를 도무지 알 수 없는 부서진 장난감 딱 세 개만 내놓았다. 상자 절반은 넘게 채울 것으로 어림잡았고, 결정권을 너에게 주지 않았다면 아마 두 상자 반 분량은 담았을 테다.


"이거는?"

"집에 친구 왔을 때 같이 갖고 놀았던 거."

"이거는?"

"전에 이모가 사준 거."

"이거는?"

"사촌언니가 선물로 준 거."


가리키는 장난감마다 사연과 추억 한 자락 스며들지 않은 게 없구나. 고작 방 정리 좀 하겠다고 네 지난 시간을 사소하게 여긴 셈이 됐다. 그래도 언젠가 한 번은 제대로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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