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이예지 양
엄마는 타인에게 의도를 강요하지 않는 지성인이다. 강제나 관철은 엄마 방식이 아니다. 물론 성향이 그렇지 하고 싶은 것을 참는다거나 미룬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니까 아빠가 TV 영화채널을 보는데 엄마가 슬그머니 다가오더라.
"전에 봤던 영화 아니야?"
"이 부분은 못 봤지. 맨날 봤던 부분만 봐."
"재밌어?"
"뭐 그냥 보는 거지."
"드라마 봐도 돼?"
마치 선택권이 있는 듯한 이 질문에 답은 하나뿐인 줄 아는 게 함께 사는 지혜다. 아빠는 늘 정확하게 답을 맞히고 리모컨은 엄마 손으로 넘어간다. 물론 정답을 찾아낸 보상을 왜 엄마가 얻는지 같은 상투적인 의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한참 영화채널을 보는데 슬그머니 다가오는 네 모습이 심상찮았다.
"아빠, 그거 재밌어?"
"응, 재밌어."
"나는 EBS랑 KBS키즈가 재밌어."
이미 리모컨은 아빠 마음에서도 손에서도 떠났다. 그 재밌다는 채널 번호는 언제 다 외었을까. 처음부터 드라마 보고 싶다, EBS 보고 싶다, KBS키즈 보고 싶다 말해도 이기적인 게 아니다. 선택권을 주는 게 그렇게 이타적인 것도 아니고.